[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투자자들이 호주에 뭉칫돈을 베팅하고 있다. 고수익률 기회를 찾아 주택모기지담보대출유동화증권(RMBS)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것.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라 호주의 RMBS 발행액이 10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주택 시장 과열을 근거로 호주 23개 은행권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 경고음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호주 시드니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호주의 RMBS 발행액이 670억 호주달러에 달했다. 올들어 호주의 RMBS 발행 실적은 전세계 선두인 동시에 1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폭되면서 은행권의 관련 증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는 양상이다. 특히 장기 저금리에 시달린 일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뜨겁다.
호주 양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은 2009년 이후 두 배 뛰었다. 주택 가격 상승은 관련 유동화 증권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RMBS 시장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 호주 씨티뱅크에 따르면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자취를 감췄던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RMBS 전체 투자 비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AAA 등급의 호주 RMBS는 2.5~3.0%의 수익률을 제공하며, 무엇보다 국채 수익률이 0% 선에서 움직이는 일본에서 강한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을 중심으로 일본 금융업계의 대규모 베팅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는 주택 시장 과열을 경고하고 있지만 금융업계는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히 갖춰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대출 요건이 엄격한 데다 RMBS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잠재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안전망이 마련됐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도쿄의 한 투자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투자에 앞서 치밀한 분석을 거친다”며 “리먼 사태와 흡사한 위기가 닥친다 하더라도 손실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