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일본 엔화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통화가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례적인 움직임이 조만간 종료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 심리와 매크로 여건이 어느 방향으로 치우치든 양측 통화의 탈동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엔화 <사진=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5.4% 상승했다. 강세 흐름을 타기는 이머징마켓 통화도 마찬가지.
연초 이후 24개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18개 통화가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폴란드 졸티화가 12% 랠리했고,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도 4% 가량 뛰었다.
리스크 성향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통화가 나란히 오름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엔화와 신흥국 통화의 향방은 물론이고 신흥국 통화 사이에서도 등락이 분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변수는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가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 심리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독일 총선 및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역시 외환시장의 추세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의 아다나시오스 밤바키디스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세제 개혁을 포함한 굵직한 정책과 연준의 움직임이 이르면 올해 여름 엔화와 신흥국 통화의 포지션에 탈동조화를 부추길 것”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변수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거의 온전하게 반영됐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소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초 이후 투자자들은 신흥국 통화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중국을 필두로 경제 지표가 개선된 데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상승하고 있고, 기업 실적 역시 탄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베팅이 활발해진 것.
브렉시트 협상이 영국의 실물경기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인 한편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면한 것도 신흥국 통화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출구 전략’이 속도를 낼 경우 신흥국 통화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의 경우 엔화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다만, 외환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이외에 시장에 충격을 가할 만한 재료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