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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유리 기자] #싱글족 이준범(34·남)씨는 최근 40만원대 소형 와인셀러를 구입했다. 와인 마니아인 이씨는 평소 와인셀러에 관심이 많았지만 소형 오피스텔에 적합한 제품을 찾지 못했다. 용량을 줄인 소형 와인셀러 출시에 바로 지갑을 연 이유다. 그는 "필수 가전은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이즈가 작아 주방 말고도 다른 공간에 배치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전 업계가 '한뼘 경쟁'에 돌입했다.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해 더 작고 더 얇은 가전을 내놓고 있다. 소비력을 갖춘 1~2인 가구가 늘면서 대형 사이즈 중심의 프리미엄 가전에도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형 프리미엄 냉장고도 소형화…골든싱글족 겨냥
25일 삼성전자는 515리터(L) 용량의 '슬림 T-타입 냉장고'를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냉장고인 'T9000' 시리즈에서 1~2인용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T9000은 800L 대 대형 라인업 중심이었다.
슬림 T-타입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
슬림 타입은 T9000보다 폭을 11cm, 깊이를 19cm 줄였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참맛냉동실(전문변온실)'을 특화시켰다. 식재료에 맞게 온도를 설정해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김치를 보관할 때는 특선으로, 곡류는 냉동으로, 음료는 살얼음으로 설정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같은 날 LG전자도 슬림한 프리미엄 냉장고를 내놓고 맞불을 놨다. 신제품은 양문형 냉장고에 얼음정수기를 결합한 모델 중 가장 작은 용량인 607L다.
일반 냉장고보다 깊이를 18.9cm 줄여 양문형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여유 공간이 생기도록 했다. 정수기와 일체형인 점도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크기는 줄였지만 넉넉한 내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얼음 정수기 필터는 밖으로 빼냈다. 기존 얼음정수기 냉장고에서는 필터를 냉장고 안에 설치해 냉장실 공간을 차지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취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등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소형 가전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경제력을 갖춘 1~2인 가구가 늘었다"면서 "비싸더라도 공간 효율성이 높고 성능이 좋은 제품을 원하는 골드싱글족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몸집 줄이고도 기능 그대로…가전업계 혁신 경쟁
전자업계는 몸집을 줄이고도 대형 제품 못지않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혁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 와인셀러 미니 <사진=LG전자> |
LG전자의 소형 와인셀러가 대표적이다. 회사가 지난달 내놓은 '와인셀러 미니'는 와인을 최대 8병까지 보관할 수 있다. 크기는 데스크톱 PC 본체 사이즈만 하다. 85병, 71병, 43병을 보관할 수 있었던 기존 라인업에 비해 크기를 대폭 줄인 결과다.
작지만 최적의 와인 보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열전소자'를 적용했다. 반도체로 만든 소형장치를 이용해 전기가 흐르면 주변 열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내부 온도를 조절한다. 대용량 제품은 냉매를 순환시켜 내부 온도를 유지하는 컴프레서 방식으로 부품 크키가 컸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2개를 하나로 합쳐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도 진동 문제를 잡았다.
삼성 '플렉스워시'는 수평과 수직으로 회전하는 일반세탁기와 드럼세탁이를 위아래로 붙인 제품이다. 두 세탁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진동이 커지지만 기술로 이를 해결했다.
한 세탁기의 진동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다른 세탁기가 회전 속도를 줄이게 해 진동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두 세탁기가 회전 운동에 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은 "세탁기 한 대보다 절대적인 소음이나 진동이 높지 않도록 주력했고 이를 달성했다"며 "진동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스포츠카 브랜드와 협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도 좋다. 의류관리기 'LG 슬림 스타일러'는 지난달 국내 누적 판매량 10만대를 넘어섰다. 기존 제품보다 부피는 30% 가량 줄이고, '바지 칼주름 관리', '미세먼지 제거'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다. TV, 냉장고처럼 필수가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택영 롯데하이마트 대치지점장은 "세컨드 가전을 선호하는 맞벌이 가구, 이사가 잦은 1인 가구 등이 소형 가전 제품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플렉스워시 <사진=삼성전자> |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