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 상승했다. 2015년 3분기(1.3%) 이후 최고치로 우리 경제는 6분기만에 0%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게 됐다.
특히 2015년 3분기에 1.3% 성장률을 기록한 배경엔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 성장률은 질적으로 더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부문별로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이 이번 성장률을 견인했다.
각 부문의 선행지표 역시 양호하게 나오고 있어 이번 호실적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각 분기마다 전기 대비 0.7% 성장만 이뤄내도 올 한해 경제성장률은 3% 대를 달성할 수 있다.
<자료=한국은행> |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7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1%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지속적인 회복세를 잇는 데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부동산 건설투자도 증가했다.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6분기만에 0%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게 됐다.
직전 최고치인 1.3%(2015년 3분기) 성장 때는 추경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1분기 성장은 질적으로 양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 부장은 “2015년 3분기 때는 추경 직후여서 1%를 넘게 성장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추경 효과가 거의 없다. 이번 1분기 성장은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이 주도했다”며 “정부가 떠받치지 않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성장세를 올렸다고 보면 된다. 성장의 질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4.4%가 늘었다. 작년 4분기 증가율 5.9%보다는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4.4%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에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을 중심 기계류 투자가 증가했다.
작년 4분기 -1.2%를 기록했던 건설투자는 6.8% 증가로 돌아섰다. 주택건설 호조와 이에 기반한 통신시설 등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늘었다. 1분기 속보치(5.3%)보다 1.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수출은 반도체, 기계 장비 등을 중심으로 2.1% 증가했다. 수출 증감율은 2016년 한해 동안 각 분기 -0.6%, 1.0%, 1.0%, -0.1%로 비교적 저조한 성장률을 이었으나 지난 1분기 2% 증가로 반등했다.
호실적을 기록한 각 분야의 선행지표도 양호하게 나오는 중이다. 지금과 같은 온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태 부장은 “설비투자의 경우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가 양호하게 나오고 있고 건설투자도 선행지표인 건설수주 등이 좋게 나오는 중이다”며 “이러한 분야의 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7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동월비 43.7% 증가했다. 건설기성은 전월비 4.3% 감소했으나 전년동월비로는 19.4% 증가했다. 건설수주는 전년비 29.7% 증가했다.
서프라이즈 급의 1분기 성장률 덕에 앞으로 각 분기마다 0.7% 성장만 이뤄내도 올 한해 3% 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당초 올 한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오는 7월에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김영태 부장은 “1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출발점 자체가 높아져 2분기 이후 똑같이 성장해도 올해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다만 2~4분기 경제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얼마가 될 것이다 하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당국뿐 아니라 경제계 전문가들도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2.6%)를 웃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특정 분야에 치중돼 있다는 점, 민간소비로 전이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현 추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좋고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도 완화되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1%를 넘는 성장률이 남은 분기에도 유지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분기 성적이 안 좋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고, 민간소비의 힘은 여전히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1분기 성장률에서 건설투자 기여도가 1.1%이고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0.2%에 불과한 것을 보면 지금과 같은 성장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건설투자의 기여도가 큰 만큼 전체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