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기조에 당사자인 이통3사는 물론, 관련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본료 폐지가 이통사들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것에 끝나지 않고, 대리점의 유통시장 위축과 알뜰폰 경쟁력 약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본료 폐지는 단순 이통사만이 아니라 알뜰폰과, 이동통신 유통망과도 이해관계가 상충돼 관련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 유통망은 기본료가 없어지면 이통사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축소하거나 단말기 지원금 등을 줄일 것으로 해석하며 또다른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통신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재원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통사들의 수익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본료 폐지는 유통시장 축소를 야기할 수 있다. 상생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가 우체국 알뜰폰 구매를 위해 상담 받는 모습. <사진=심지혜 기자> |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는 알뜰폰 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본료 폐지 대상이 2G, 3G 요금제 중심으로 좁혀지면서 시름은 더욱 깊다.
알뜰폰의 최대 경쟁력은 이통사 대비 낮은 요금제다. 이동통신망을 직접 구축하지 않고 이통사 인프라를 빌려 쓰기 때문에 같은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가입자 비중은 2G, 3G 가입자 가 약 75%(4월 기준)으로 높다.
일례로 SK텔레콤의 '3G T끼리 35'요금제는 SK텔레콤간 통화 무제한, 망외 80분, 문자 기본, 데이터 500MB 제공을 조건으로 매달 3만8500원을 내야 한다. 반면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티플러스'에서는 똑같은 조건을 매달 2만31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2G, 3G 기본료 1만1000원이 폐지되면 알뜰폰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 경쟁력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알뜰폰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통사들의 망 이용 대가와 전파사용료 감면 등이 보장돼야 한다. 이는 알뜰폰 업계가 시장 육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부분이지만 이통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세수 확보 문제가 얽혀 있어 녹록치가 않다.
알뜰폰 업계관계자는 “정책 취지가 음성 통화를 주로 이용하는 노인과 사회 취약 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것인데 기본료 폐지는 이들 이용률이 높은 알뜰폰 산업에 타격을 준다. 시장 전체를 고려한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역시 법적 수단 없이 기업 경제활동을 강제하는 인위적인 정책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통신비 절감 정책을 정치적 구호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잘못된데다 법적 근거도 없이 이를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경제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알뜰폰 등의 산업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고 미래 산업 투자 여력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유통 시장에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규모를 축소시키게 될 것이다. 조삼모사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의 요구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오는 9일 오후까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기본료 폐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