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셰일 업계의 생산 확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미국의 훼방이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크게 자극할 만한 수위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사진=블룸버그> |
세계 최대 원유 수요국인 미국이 여전히 수입국에 해당하지만 그 규모가 최근 몇 년간에 걸쳐 가파르게 줄어든 데다 수출 물량이 올 들어 두 배 증가, 유가 안정의 커다란 복병으로 부상하는 실정이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수 개월에 걸쳐 미국의 원유 수출 규모가 하루 100만배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셈.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미국의 원유 수출이 1억1000만배럴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 규모가 전세계 시장에서 1%에 불과하지만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OPEC과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5~55달러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미국의 원유 재고 및 수출 증가가 한몫 하고 있다는 것.
올들어 미국의 원유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에 비해 배럴당 2.5달러 가량 할인된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가격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되면 미국의 수출 규모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른바 ‘백 홀(back-haul)’ 경제 논리도 미국의 원유 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과거 중동에서 미국 텍사스로 원유를 수송했던 유조선은 공선 상태로 돌아갔으나 최근에는 미국 원유를 실어 유럽에 정차한 뒤 중동으로 복귀한다.
5월 말 옥시덴탈 정유는 2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저장하는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시아와 유럽으로 미국 원유 수출을 앞으로 더욱 늘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수출되는 원유의 99%가 캐나다로 이동했지만 금수조치의 해제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30여개 국가로 영역이 확대됐다. 올해 아시아 전체 원유 수입 물량 가운데 미국의 비중이 39%에 달했다.
IHS마킷의 커트 바로우 부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전세계 원유 공급 과잉과 원유 저장 시설 임대료 하락이 맞물리면서 원유 유통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석유업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0만배럴을 웃도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