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진표)의 독단적인 통신기본료 폐지 정책 추진이 논란을 낳고 있다. 적용 대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해 당사자인 이통사 의견을 과도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논리에 입각한 합리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유도하는 태도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7일 최민희 경제2분과 자문위원의 브리핑이다. 최 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기본료 폐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업무보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책 수립을 위한 자문기구가 행정부처와의 소통을 거부한 건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은 기본료폐지 적용 대상을 “2‧3G와 LTE 일부”로 설명했고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 역시 2‧3G 우선 적용 기준을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약후퇴 반발이 이어지자 돌연 이동통신 가입자 전체로 입장을 바꿨다.
기준 변경에 따른 이통사들의 매출 감소액이 최대 7조원에서 최소 1조6000억원까지 차이가 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 아무런 기준도 설명도 없이 기본료를 ‘어쨌든’ 폐지하라는 압박만 주고 있는 셈이다.
국정기획위가 과연 이통사들에게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통령령으로 구성된 국정기획위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의 파악 ▲정부의 정책기조 설정 ▲국가 주요정책의 선정 및 그 실행을 위한 중·장기계획의 수립 등에 대한 대통령 자문에 응한다. 특정 기업의 수익 활동을 강제로 조정할 법적 권한은 없다.
기본료 폐지에 따른 파장을 수습할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장 예상되는 이통사 연매출 감소액만 7조원으로 이는 통신 인프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취약계층을 위한 알뜰폰 시장 고사가 우려되며 이통사 수익악화에 따른 판매장려금 축소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유통점 등 골목상권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이통3사 모두 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따른 인위적인 매출 감소의 영향으로 주가 하락이 발생한다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 무엇보다 전 국민에 대한 일괄적인 통신비 인하가 과연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완장찬 점령군’ 행세를 절대적으로 경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 논란을 둘러싼 국정기획위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산업 특성과 기업 현황은 고려없이 대통령의 공약이니 무조건 대책을 가져오라는 식의 오해를 낳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방안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통신비로 인한 부담이 유난히 큰 취약계층을 위한 혜택 제공이 최우선으로 적용돼야 한다. 시장 논리에 입각한 기업들의 대안을 검토한 후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시 협의와 조율을 거치면된다. 지금처럼 정부가 나서 ‘강제’하는 정책은 자칫 시장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