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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 10조 베팅 '고심'…'실리' LCD vs '비전' OLED

기사등록 : 2017-06-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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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P10 투자 결정 앞두고 '고심'
수익 안정성·장기 성장성 두고 '저울질'

[뉴스핌=최유리 기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올인'이냐, 액정표시장치(LCD)와 '투트랙'이냐.

LG디스플레이가 파주 신공장(P10) 생산 패널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막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로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만큼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업계는 대형 OLED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LCD와 병행 투자로 실리와 비전을 챙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그룹 전략보고회에서 P10 투자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룹사 차원에서 하반기 패널 시장 전망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고, P10 양산 패널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 큰 가닥을 잡고 LCD에 병행 투자 여부를 고심 중이다. 안정적인 수익과 미래 성장 동력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업계는 LCD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간 10세대급 대형 OLED 생산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수익성을 이유로 10.5세대 LCD에 함께 투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P10에 들어가는 장비를 보면 OLED와 LCD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확실한 캐시카우인 LCD를 빼고 투자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도 지난 2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정기총회 이후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다"라며 "대형 OLED 설비가 기본이긴 하지만 다양한 옵션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CD는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90%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것도 LCD 호황이었다.

중국이 추격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LCD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10세대 LCD 투자 시기를 놓치면 대형 LCD 시장에서 지켜온 왕좌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생산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LG디스플레이를 턱밑까지 따라왔다. 지난해 10.5세대 공장을 착공한 BOE가 내년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차이나스타(CSOT)도 11세대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8세대 이상의 LCD 설비에 투자한 것은 2014년 중국 광저우 8.5세대 공장이 마지막이다. 8.5세대에 비해 패널이 80% 가량 큰 10세대의 경우 원판 1장으로 65인치 이상 TV 패널을 2~3배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그 만큼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보장된 LCD와 달리 OLED는 불확실성이 크다. 대형 OLED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데다, 양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55인치 투명 OLED 제품. <사진=LG디스플레이>

현재 OLED가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가량에 불과하다.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OLED TV 출시를 미루는 상황에서 언제 시장이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23년 OLED TV가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의 2%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OLED TV 시장이 급격히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형 OLED는 장비를 개발하거나 수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LG디스플레이가 OLED 올인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이 치열한 LCD를 넘어 OLED로 확실한 차별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요가 늘고 있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면서 대형 패널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TV용 OLED 패널 생산업체다. 한 부회장이 OLED 개척자로 불리는 이유다. 백라이트 방식의 LCD와 달리 소자 하나 하나가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로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LCD는 공급 과잉으로 2019년부터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LCD를 대체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차별화시키려면 OLED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룹 차원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업계를 선두하는 계열사로서 그룹 전체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위상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구본준 LG 부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어 OLED에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소형과 대형 OLED, LCD를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열리는 7월말쯤 계획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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