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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어엄마” 말더듬 250만명, 혹시 나도?

기사등록 : 2017-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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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거나 막히는 말더듬, 국민의 5%
선천적·생리학적 아니면 공포 요인 커
“말 천천히 하고, 잘하려는 부담덜어야”

[뉴스핌=김범준 기자] 직장인 김모(30)씨는 어느새인가 말을 더듬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평소 괜찮다가도 부장님께 보고할 때면 "저, 그, 어"하기 일쑤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말 잘한다는 소리도 들어왔고 입사 면접 때도 이렇게 떨진 않았다고 하던 김씨. 부장님 앞에서 유독 떠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 출근하기 괴롭다고 했다.

부장님이 무섭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입사 초반에 부장님으로부터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 '보고도 제대로 못하냐'고 자주 혼났다"면서 "부장님과 대화할 때면 긴장되고 말에 더 신경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말더듬의 출현율(prevalence)은 전체 국민의 1%(약 5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현재 말을 더듬고 있는 사람과 과거 경험자를 합친 발생율(Incidence)은 5% 내외로 추정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일상 대화 중간에 말을 더듬고 흐름이 깨지는 일은 흔히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상적인 비유창성'이라고 한다.

정상적 비유창성은 더듬는 낱말이 100단어 당 10개를 넘지 않으며, 회피나 빠져나가기 등의 2차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또 말을 잠시 더듬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이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김씨의 사례와 같이 특정 상황과 특정 인물 앞에서 심해지거나, 심리적 부담을 갖게 되면 이를 '병적인 말더듬'으로 본다. 대표적 증세로 말소리 '반복'이 있다.

정상적인 비유창성은 낱말 전체나 구를 반복하는 반면, 말더듬은 음절이나 낱말의 부분 반복이 많다. 예를 들면 '학교'를 말하려고 할 때 "ㅎ ㅎ ㅎ 허 허 허 하 학교"처럼 말소리나 음절 하나를 여러 번 반복한 다음에 목표한 낱말이 나오는 경우다.

말소리의 '막힘' 역시 말더듬의 주요 증세다. 말을 하려고 할 때 말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 말을 이어갈 수 없는 현상인데, 한번 막히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외에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거나 발을 구르는 등의 '탈출행동'과, 더듬을 가능성이 있는 낱말을 동의어로 바꿔서 말하거나 돌려 말하기 등의 '회피행동'도 있다.

"담배 주세요"라고 바로 말할 수 있는데도 "아저씨 담배 주세요" 처럼 불필요한 말을 앞에 세우는 것도 회피행동의 일종으로 본다.

다만 말 중간중간에 "아", "음" 등의 감탄사를 넣는 경우는 말더듬으로 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

선천적·생리학적인 말더듬이 아니라면, 언어·신경 전문가들은 긴장과 트라우마 등 상황 공포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

상황 공포는 일반적으로 손윗사람 사람이나 낯선 사람을 대할 때, 혹은 전화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면해서 말을 할 때는 더듬지 않지만, 유독 전화할 때 심하게 더듬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 공포의 경우 대부분 당사자의 과거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말을 더듬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수치심이 점점 심해지면서 잘못된 신념체계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조양호 한국언어장애연구소장(언어병리학 박사)은 "어릴 적 말더듬증은 상당수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되면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인 말더듬의 경우 반복보다 막힘증세가 심하며, 어렸을 적 트라우마나 현재의 긴장된 특수상황에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에 대해 조 소장은 "평소 말을 천천히 하는 습관을 들이고, 말을 한번에 잘하려는 부담을 덜어내는 훈련 등이 도움된다"면서 "자연치료가 어렵다면 전문가의 상담과 다양한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또 말을 더듬는 상대방에게 재촉하거나 깔보는 인상을 주는 등의 행동을 삼가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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