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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원전해체산업 기회"

기사등록 : 2017-06-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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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가동된지 40여년만인 19일 0시 해체 개시

[부산=뉴스핌 한태희 기자] 태풍의 눈은 고요했다. '탈원전의 서막'이란 평가와 함께 영구정지를 앞둔 고리 1호기 원자력 발전소(고리 1호기)에 이목이 쏠렸지만 내부는 차분했다. 지난 40여년간 힘차게 박동한 원자로를 사고 없이 멈추려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다.

박지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영구정지까지 안전 운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태 발전소장은 1979년 한국수력원자력에 입사한 후 약 40년간 고리 1호기를 옆에서 지켜봤다.

지난 16일 영구정지를 앞둔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를 방문했다. '폭풍전야는 고요한 법'이란 말처럼 고리 1호기는 이틀 후 가동 중단이란 큰 사건을 앞두고도 조용했다. 이날 원자력 출력은 100%, 발전기 출력은 608MW로 평소와 같이 작동됐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전경.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터빈·발전 건물이고 오른쪽 굴뚝 모양 건물이 원자로 건물이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호기를 포함해 원자력 발전소는 국가 심장부인 청와대에 준하는 보안 시설이다.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까다로운 출입 절차를 통과했다고 해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제한된다. 고리 1호기는 크게 원자로 건물과 터빈·발전 건물, 보조 건물로 구분되는데 터빈·발전 건물만 들어갈 수 있다. 원자로 건물 내부는 방사능 수치가 높으므로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원자로 건물은 굴뚝 모양으로 뚜껑은 돔 형태다.

출입 가능한 터빈·발전 건물 내부는 여느 중소기업 공장과 흡사하다. 각종 기기와 설비가 있으며 파이프라인이 교차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터빈실에 흡사 개미를 연상케 하는 터빈과 발전기가 있다는 점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 내 핵분열로 생긴 열이 물을 끓이고, 이때 생긴 증기가 터빈을 돌려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개미 머리에 붙은 더듬이처럼 생긴 파이프라인을 통해 증기가 터빈에 주입되면 터빈이 회전해 발전기를 돌린다. 터빈과 발전기가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내부는 공장 기계음만 가득했다.

고리 1호기 터빈·건물 3층에 있는 터빈과 발전기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터빈실을 지나면 주제어실이 있다. 고리 1호기 심장부다. 이곳에서 원자로 상태와 전력 생산량, 전력 송출 등을 점검하며 고리 1호기를 멈춰 세운다.

원전 영구정지 과정은 달리는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상황과 흡사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듯이 원전 또한 서서히 발전기 출력을 낮춰야 하는 것. 주제어실은 17일 오후 1시부터 발전기 출력을 줄이고 같은 날 오후 6시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발전기를 멈춘다. 또 원자로 건물에 제어봉을 넣어 원자로 가동도 정지시킨다. 원자로 냉각수 온도가 93도까지 낮아지면 19일 0시를 기점으로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에 들어간다.

고리 1호기 심장 박동이 멈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를 안전하게 이동 및 보관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기계 장비를 이용해 사용 후 핵연료는 모두 꺼낸 후 물로 채운 저장소에 보관하며 냉각한다.

박지태 발전소장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원전을 멈춰야 하는 건 안타깝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가) 원전 해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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