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뉴스핌 박미리 기자]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이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날개로 '제2 반도체 신화'를 꿈꾸고 있다. 안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성장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가리킨다.
◆ CMO, 초고속 성장에 '흑전'도 기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CMO 사업에 뛰어들었다. 빠른 출발은 아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011년은 글로벌 대부분의 기업들이 플랜트 건설에 관심이 적을 때였다. 다들 공급과잉의 시점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플랜트 사업에서 강점이 있을거라 여겨 투자를 했고, 결과적으로 베스트 타이밍(Best Timing)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진 것이 주효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97년 설립한 론자(Lonza), 1885년 설립한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에 비교되지 않는 업력과 부족한 인지도를 가진 회사였다. 하지만 설립 이후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삼성물산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송도에 1공장(3만ℓ), 지난해 상반기 2공장(15만ℓ)을 완공하며 설립 5년만에 론자와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은 글로벌 3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2015년 착공해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둔 송도3공장(18만ℓ)까지 가동하면, 생산능력이 총 36만ℓ로 뛰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 업체 중 최고로 올라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격 경쟁력도 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대량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공장까지 확보하는 데 총 2조원을 투자했다. 빠른 속도의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CMO 업체의 과점 사업자로 자리잡으면서, 성장이 점쳐지는 CMO 시장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전세계 CMO 시장규모는 2025년 74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서 2015년 303억달러(35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대규모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TOP(Minimum Take-or-Pay·생산물량 보장)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최소주문 수량을 정하고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계약체결 불확실성을 낮춰 실적 안정성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사업영역도 확장한다. 김태한 사장은 "사업영역을 CMO에서 소규모 CMO,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공정개발 대행)로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수익원을 확대하고, 기존 CMO 사업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현재 경쟁사인 론자와 베링거인겔하임은 이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바이오시밀러, 글로벌시장 잇달아 노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회사 바이오젠(Biogen)과 합작으로 설립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규모는 2015년 27억달러(한화 약 3조원)에서 2025년 663억달러(76조원)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CMO와 마찬가지로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늦게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지분 94.6%를 가진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빠른 걸음을 걷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20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조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에 출시했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도 셀트리온에 이어 두 번째로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6개의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후속 제품을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50%를 보유한 아키젠바이오도 1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신약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아키젠바이오를 통해서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시 거둘 수익성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김 사장은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몇년 동안 검토했지만 아직 확신이 서는 해법을 못찾았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