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경영난에 처해 반도체 사업을 매각 중인 도시바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들이 SK하이닉스로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했다. 회사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에 대해 한미일 연합이 가장 우위에 있으며 협상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의 쓰나가와 사토시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치바시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사토시 사장은 지난 21일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한미일 연합을 'IBD연합'이라고 표현하면서 "IBD 연합이 가장 우위에 있고, 여러 당사자가 있어 시간이 걸리지만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IBD는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Bain Capital) 일본 정책투자은행(DBJ)의 약자로 보인다. 앞서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가 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것은 아니지만 작성할 서류가 방대하다고 보도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날 주총에서는 반도체 사업 매각 관련 질문이 많았다. SK하이닉스로의 기술 유출 우려와 웨스턴디지털(WD)의 매각 반대 중재 신청 주제가 관련 질문의 주를 이뤘다.
한 남성은 'IBD연합'이라는 약칭에 왜 한국 이름은 없는가, 한국에 기술 유출이 될 것을 걱정한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나루케 야스오 도시바 부사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는 베인 캐피탈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에 대출하는 것만으로 의결권을 가질 계획"이라면서 "따라서 기술 유출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여성 주주는 "SK하이닉스의 주주로서 본다면 (SK하이닉스가) 기술을 얻을 수 없는 데도 투자를 할리가 없다. 베인은 단지 간판인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자 야스오 부사장은 "SK하이닉스와는 좋은 관계에 있고, 과거 기술 누설 문제는 민사 및 형사상 적절한 판단이 나와 끝났다. 이번 SK와 베인은 대출 관계"라고 반복했다.
손실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2017년 3월기 결산에 대한 감사법인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도시바는 이날 주총을 결산보고 없는 이례적인 형태로 개최했다. 이에 사토시 사장은 2017년 3월기 결산 발표가 늦어지고 회사가 도쿄증권거래소 2부로 강등된 데 대해 "거듭 심려를 끼쳤다"고 사죄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7일 도시바의 제휴사인 WD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함께 도시바에 인수 제안서를 다시 제출했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매각을 저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WD는 새 제안서에서 미국 컨소시움은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취득하기보다 "도시바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합작 투자에 대한 지분 매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부채 금융(debt financing)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도시바는 모든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현재 우선협상 대상자와 계약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