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애플이 올 가을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하는 신모델 출시로 실적에서 과거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의 제품 개발 방식대로라면 앞으로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애플은 고위급 간부와 소수 정예의 디자이너에게 권력이 집중된 조직 형태 덕분에 매년 발전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형태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구축한 것이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구축한 조달·생산 위탁 시스템은 맹점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위탁 공장에 대량의 로봇을 도입하고, 또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알루미늄 가공의 양산 기술을 확립하고, 스마트폰의 '디자인 문법'을 만들어 낸 것은 애플의 확실한 공적으로 평가된다. 애플은 제품 생산을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 등 전자제품 전문위탁생산(EMS)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조달처와 생산 위탁처의 기술에 정통한 애플의 디자이너는 예리한 '수요 가설'을 세운다. 범용 부품에 대해서는 대량 조달을 이유로 가격을 후려치기도 하지만 디자이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품은 비싸도 구매한다. 기존 제품의 무조건적 생존을 거부하고, '아이팟'과 같이 필요성이 낮아진 제품은 서슴없이 폐기한다.
신문은 이 같이 애플이 특권적 지위를 우수한 디자이너에게 제공함으로써 '대기업 병'에서 비교적 잘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수 정예 간부와 디자이너가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미래 제품에 대한 날카로운 수요 가설을 세운 덕분에 제품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수 정예·비밀 조직이기에 가능했던 애플의 강점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례로 스마트폰 다음으로 거대 시장이 될 수 있는 자동차와 에너지 관리 등의 분야에서 애플이 먼저 실현하고자 했던 강점을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보여주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는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EV)라는 2개의 분야에서 보급 초기, 타사가 따라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써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양사에는 회사 제품을 지지하는 열광적인 고객들이 있다. 작년 3월 테슬라의 새로운 모델 예약 개시 당시에는 점포 앞에 애플의 아이폰 출시 때와 같은 대기 행렬이 있었다. 그러나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서 이 같은 놀라움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스마트폰과 같이 소비자가 익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신속하고 일관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수 정예·비밀 조직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화되고 규격화됐다면 경쟁 구조는 천천히 바뀐다. 이럴 경우 외부를 포함한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해야 개발의 질과 속도가 오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글로벌 오픈소스 기업 미국 레드햇의 제임스 화이트 CEO는 "어느 정도 규격화돼 관련 개발자가 일정 이상의 규모가 되면 폐쇄적인 개발 체제보다 개방적인 개발 체제가 우위가 되는 것은 보편적인 원리"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스마트폰의 경쟁에 있어 애플의 특별함은 제품의 성숙과 함께 서서히 잃어가는 운명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