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뉴스핌 이영태 기자] 독일을 공식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미사일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확인했으나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고위급 채널을 구성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당초 40분간으로 예정되었던 회담 시간을 훌쩍 넘겨 75분간 동안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양국은 또 중단된 한중 정상외교를 복원하기로 하고 문 대통령이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으며,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을 초청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 정상은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고위급 채널 등을 통한 다양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한 부분은 사드 문제를 의미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양측은 사드라는 표현 대신 '양측 간에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각종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양 국민 간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 교류 협력이 더욱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과 지원을 요망한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진 중국 측의 경제제재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양국 간 교류협력이 정상화되고 나아가 보다 높은 차원에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이날 회의에서 한국 측에 사드배치 철회를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4일 북한이 지금까지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제재 및 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지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금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전에 이루어진 점을 감안할 때 G20 정상회의가 경제 문제를 다루는 장이라는 점은 알지만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제기하고 참석 정상들이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과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이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번 미사일 발사가 중대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 G20 회의기간 중 정상 간 공동인식을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협력적인 자세로 임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와 관련 앞으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적절한 여러 가지 방안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보유가 한중 양국은 물론, 한반도 동북아의 역내 안정과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고 앞으로 중국이 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해주기를 요망했다.
시 주석은 남북대화 복원 및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협력해나가기로 약속했다.
또한 "신뢰와 인내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을 통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 기반을 이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세월호 인양한 상하이셀비지 노고 언급하며 감사 표시
문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양국 취재진이 있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통해 "주석께도 말씀드리자면 이 사안은 우리 언론이 있는 데서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후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 셀비지가 세월호 선박을 무사 인양했다.(중국측 격하게 고개를 끄덕임)"고 언급했다.
이어 "상하이셀비지의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국민 사이에는 제대로 알지 못해 불만도 많이 있었다""면서 "저는 그 작업이 정말 어려웠는데 상하이셀비지가 초인적 노력으로 같은 급 선박 가운데 세계에서 유래없이 가장 빠르게 무사인양한 걸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는 시 주석이 상하이셀비지에 직접 독려도 해준 것으로 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한국 국민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기를 바란다.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의 감사 표시에 중국 측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표시했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얼굴이 밝아졌다.
먼저 모두발언을 시작한 시 주석은 "문 대통령께선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며 "특히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을 밀어낸다)'이라는 명언을 자서전에서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쾨르버재단 초청연설 일문일답 과정에서 "사드 문제를 제외하고 시 주석과 다른 견해가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중정상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박수현 대변인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처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중산 상무부장, 류허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부주임 등이 배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