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대기업집단 총수의 전횡을 방지하는 등을 골자로 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집단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재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도입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기업에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명이 이사회 멤버로 선임될 수 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는 제도다. 주주가 선호하는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임하는 게 가능하다.
대주주 입장에서 집중투표제는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 투기자본이 이 제도를 활용할 경우가 문제다. 실제 지난 2003년 소버린의 SK 공격,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공격 등 사례가 있다.
사진 위쪽 시계방향으로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한국경제연구원 분석결과 집중투표제 도입시 외국계 투자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한 명을 무조건 이사회에 배치할 수 있게 되는 기업은 10대 기업 중 절반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이사선임에 관심을 가지는 주체는 소액주주가 아니라 기관투자자나 연기금, 헤지펀드 등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에 의해 선임된 이사는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 투자금 수익증대에 초점을 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상법에 집중투표제가 명시돼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기업들은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다. 기업들의 95%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15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시 소송 남발의 위험이 4.8배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및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출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기업일수록 위험에 더 노출된다.
국내 상장 대기업은 평균 24.1개의 출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모회사 지분율 50% 초과 자회사를 다중대표소송 적용 대상으로 하면 상장기업 5514개사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지분율을 30%로 낮추면 7312개사로 늘어난다.
재계는 이 제도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함으로써 회사의 법인격을 훼손하고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100% 자회사인 경우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