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삼성전자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최근 12개월 사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사자’에 나선 해외 펀드가 삼성전자를 순매도 한 것.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에 집중됐던 외국인들의 관심이 크게 분산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그룹 개혁 움직임도 해외 펀드의 삼성전자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150억달러의 매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MSCI 한국 지수 및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웠지만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시달렸다.
MSCI 한국 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과거 2년간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 종목이었다. 지수 대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포트폴리오 운용 성과를 올리는 데 힘을 실어줬기 때문.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익 성장률이 높으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을 지닌 종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시드니의 AMP 캐피탈 인베스터스의 나에미 나이더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증시는 삼성전자 이상의 의미”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 종목의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19%를 기록,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는 16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14조원으로 집계,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최근 12개월 사이 해외 펀드의 동향에 대해 샤를마뉴 캐피탈의 줄리안 마요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수 섹터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투자 기회가 다각화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삼성전자의 매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크레디트 스위스(CS)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대미 무역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어 앞으로 주가 상승에 투자자들이 차익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