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르면 오는 9월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축소)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물경기의 회복 기조를 지속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달 27일 유로존의 리플레이션 트레이딩 확산을 언급한 뒤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뜨자 통화정책 정상화에 보다 신중한 움직임을 취하는 한편 정책 변경에 따른 후폭풍을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AP/뉴시스> |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CB 정책자들이 올해 가을 통화 정책 결정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과 시기에 대한 윤곽이 잡히지 않았고, 정책자들이 내놓는 방안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정책자들이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방안을 놓고 공식적인 논의를 갖지 않은 상황이다.
19~20일 통화정책 회의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ECB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기존의 부양책 축소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정책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유로존의 채권 금리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 벤치마크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55% 선까지 올랐고,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2015년 이후 최고치에 거래되고 있다.
민감함 시장 지표 움직임은 정책자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한 가지 ECB룰 가로막은 난관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고용 지표 개선에도 임금 상승이 저조하고, 이 때문에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에 그쳤고, 성장률 역시 지극히 느슨한 통화정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회의에서 ECB가 테이퍼링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책자들이 금융시장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BNP 파리바의 리처드 바웰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CB는 이달과 9월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실제 계획보다 장기간에 걸쳐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칠 것"이라며 "아울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실제보다 과장해 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