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2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회의를 갖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를 거부한 데 항의해 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판사회의 측은 24일 후속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전국의 판사 100명은 지난달 19일 1차 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 ▲책임자 문책 등에 대한 대법원장의 공식입장 표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를 위한 대법원규칙 제정 등을 의결했다.
올초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이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판사들의 학술대회 축소를 시도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가 불거졌다.
법관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 2009년 신영자 당시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8년만이다.
대법원 전경. [뉴시스] |
1차 회의에서 판사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법원행정처의 권한남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의 판사 명단을 관리했다는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이다. 판사들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와 책임자 규명 및 인사조치 등을 결의했다.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상설화만 수용한 채 핵심인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추가 조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차 회의는 양 대법원장의 거부에 대한 법관회의의 방침을 정하는 게 핵심이 됐다. 더불어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과 법관회의 상설화를 위한 규칙도 논의된다.
이번 회의에서 양 대법원장 퇴진 요구를 안건으로 요청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는 5차 사법파동의 서막인 셈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사법파동은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했던 현직 판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지난 1971년, 1988년, 1993년, 2003년 네차례 일어났다. 법관회의가 상설화되면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일종의 '노조'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파동의 기미는 이미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법원 인트라넷에 사의 표명글을 게시하면서 "우리 사법부는 사법행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법관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까지 감시당하는 현실 앞에 있다"라며 "무너진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그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는 오로지 대법원장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한가닥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에 대한 양 대법원장이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또 양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고발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