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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약 받으라면 마시고 끝내고 싶다” 블랙리스트 김기춘의 말말말

기사등록 : 2017-07-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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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선고
7월 3일 결심공판에 출석하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뉴시스]

[뉴스핌=김범준 기자] 1월 21일 새벽 서울중앙지법(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작성, 지시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특검은 2월7일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한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줄곧 부인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도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거를 들이대자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꾼다.

또 특검이 지난해 12월 26일 김 전 실장 집을 압수수색하기 전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다. 집 주변 CCTV 기록을 삭제하고 가족을 동원해 자료를 파기하는가 하면 휴대폰을 초기화한다. 범죄혐의가 없다는 사람이 한 행동이다. 그래서 김기춘 전 실장에 법꾸라지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이 했던 말이다.

"블랙리스트니 뭐 '좌파를 어떻게 해라' 저는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없습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의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등 대해 "의원님,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사법통제 언론통제 그런 것은 안 되는 일입니다."

최순실씨를 아는지에 대해 "최순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당시 영상을 공개하자 "나이가 들어 기억이 잘 안납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최순실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김 전 실장 측은 첫 공판 준비재판 때부터 “정책 결정은 범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약 10년 간 좌파 진보세력에 편향된 정부 지원을 바로잡고자 한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혜적 재량 행위' 등의 논리를 내세워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는 법적 다툼이나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실장 측은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장학금을 생계곤란자에게 우선 지급하기로 하는 건 법적 다툼이 되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특검이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람들 편에서 의견을 모아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재판 중에 이런 말도 했다.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

7월3일 147일간의 블랙리스트 재판을 마무리하면서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도 본 일도 없다”며 “문화·예술계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작성된 명단을 본 일이 없다”고 기소 내용을 반박했다.

그의 변호인도 “(피고인이) 특검에 의해 억울하게 구속돼 사회적 생명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고 그 자체만으로 참혹한 형벌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매일 떨고 있다"고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이어 "옥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쇠약해진 자신의 건강상태를 전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제왕적 권한을 누리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권한을 남용할 경우 어떤 참상이 일어나는지를 목도했다”며 “이들은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서로 편을 갈라 국가를 분열시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놓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본인이 받고 있는 혐의를 일일이 나열한 뒤 모두 "그런 적 없다"라며 단호히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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