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한·미 양국이 28일 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 중 하나로 현재 사거리 800㎞, 탄두중량 500kg으로 제한돼 있는 한국의 미사일 개발 가이드라인을 높이기 위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새벽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가 끝난 뒤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을 개시하도록 미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정 실장은 오늘 새벽 3시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 통화해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제의했다"며 "맥마스터 보좌관은 오전 10시 30분경 협상 개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 "미사일지침 개정, 사거리보다 탄두중량 늘리기가 초점"
한미 양국의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은 사거리보다는 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윤 수석은 "사거리보다는 탄두 쪽에 협상의 무게가 있다고 보면 된다"며 "한미간 우리의 자체 미사일 개발 때 사거리와 탄두중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해왔고, 그에 따라 현재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 제한 부분을 좀 더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협상을 통해 현재 500㎏으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탄두중량을 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1t이라고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지만, 500kg에서 어느 정도 늘릴 것이냐는 것은 이제 협의가 될 것"이라며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2012년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적용해 미사일지침을 개정했다. 사거리와 탄두중량 제한을 상호 연계시켜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의 경우 탄두중량을 1t으로 할 수 있고 800㎞의 탄두중량은 최대 500㎏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미사일 탄두중량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촘촘해진 북한 지휘부의 지하 군시설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 전력의 정밀 타격에 대비해 북한 전역에 7000개 이상의 지하 벙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은 탄두중량이 증대될수록 파괴력도 커진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탄두 중량을 늘려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저희가 그런 능력을 갖는 데 대해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굉장히 흔쾌하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윤 수석은 "지난번 한미정상회담 때 탄두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어서 그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될 것"이라며 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중량을 놓고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미국도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공감하는 만큼 (탄두 중량이) 무거울수록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미 간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이 개시된다는 것을 중국·일본과 사전에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꼭 사전에 얘기해줄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에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거리는 주변국이 다 민감해 하는 문제인 만큼 우리가 먼저 언급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은 이날 새벽 1시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를 전개 ▲사드 잔여발사대 추가배치 함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방안 즉시 협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긴급 요청해 강력한 대북 제재안 마련 추진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대북 경계태세 강화 등을 지시했다.
◆ 북한, 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 선언
한편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11시41분 자강도 무평리 인근에서 발사한 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7월 28일 밤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에 나오시여 시험발사를 지도하시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가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4형'의 최대사거리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면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3724.9㎞까지 상승해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해 공해상에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차 시험발사(4일)에서 확증된 발사대 이탈 특성, 계단 분리 특성, 구조체계 특성 등이 재확증됐고 최대사거리 보장을 위해 늘어난 발동기들의 작업특성들과 개선된 유도, 안정화 체계의 정확성과 믿음성이 확증됐다"면서 "실제 최대 사거리 비행조건보다 더 가혹한 고각 발사체제에서의 재돌입 환경에서도 전투부의 유도 및 자세조종이 정확히 진행됐으며 수천℃의 고온조건에서도 전투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조종장치가 정상 동작하였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의 전쟁 나발이나 극단적인 제재위협은 우리를 더욱 각성 분발시키고 핵무기 보유 명분만 더해주고 있다"면서 "국가방위를 위한 강한 전쟁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며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체계의 믿음성이 재확증되고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탄도로켓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으며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되었다"고 자신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