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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잠잠했던 일본 증시 변동성이 올해 남은 기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상반기의 낮은 변동성은 빠짐없이 하반기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는데, 최근 미국 달러화 약세와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율 추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 축소 예정 등 변동성 증폭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의 변동성지수는 10여년 만에 최저치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막대한 규모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영향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 개선에 힘입어 최근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점과 무관치 않다.
<자료=블룸버그통신> |
그러나 일본 현지 증시 전략가들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이례적인 변동성 침잠 현상은 곧 이후 변동성 확대를 의미한다고 일제히 경고한다. 보통 상반기 증시가 좁은 거래 범위에서 거래됐다면 하반기에는 변동폭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의 고가(2만230.41엔)와 저가(1만8335.63엔) 차이를 작년 종가로 나눈 비율은 9.91%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 전략가들은 닛케이지수의 변동성을 측정하기 위해 이 같은 계산식을 활용한다.
다이와증권의 이시구로 히데유키 선임 전략가는 "2001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예외 없이 하반기 닛케이지수의 변동성이 급상승했을 때는 상반기 낮은 변동성이 선행했다"면서 "투자자들이 현 상황이 폭풍 속의 고요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데유키 전략가의 설명에 따르면 상반기 변동성이 가장 낮았던 지난 2007년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로 하반기 변동성이 2배로 확대됐고, 앞선 2005년에는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우정민영화법안 강행을 위해 참위원을 해산한 뒤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서 하반기 변동폭이 4배 이상 확대됐다.
과거 데이터가 항상 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달러화 약세, 아베 총리의 지지율 추락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북핵 문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혼란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본 기업들이 견실한 2분기 실적 결과를 잇달아 내놨지만 닛케이지수의 상승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닛케이지수는 0.15% 올랐고, 28일에는 0.60% 내렸다. 또 31일에는 0.17% 하락했다가 1일에는 0.30% 오르는 등 작은 변동폭으로 일관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호조에도 일본 증시의 가격 변동이 무딘 이유 중 하나로 달러화 약세를 꼽는다. 2일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는 15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관계수가 무려 0.9로 달러/엔 환율과 연동되어 움직이는 일본 증시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우려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학 스캔들과 측근 구설수 등으로 인한 아베 내각의 지지율 추락, 트럼프 정권의 혼란,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 한도 인상 등의 문제가 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JP모간자산운용의 시게미 요시노리 전략가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시장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견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닛케이225 지수는 올들어 현재까지 약 5% 가량 상승했다.
최근 미국처럼 일본 증시가 낮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것은 일종의 '뉴노멀' 현상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카산자산운용의 마에노 타쓰시 선임전략가는 "미국 연준이 통화 긴축을 시작하면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다. 낮은 변동성은 자신감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