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정성훈 기자] 13년 만에 통상당국 수장으로 컴백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차관)은 4일 취임 일성으로 '50년을 내다보는 협상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갑신정변과 을사늑약, 한일합방 등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픈 역사를 일일이 거론하며 21세기 통상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종 본부장이 취임사에 담은 통상전략 키워드는 크게 ▲능동적인 협상 ▲주인의식 ▲이익균형 3가지다. 기존 통상당국의 미흡한 점을 진단하고 적극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불어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의 대응전략도 엿볼 수 있다.
◆ "52개국과 FTA 체결한 우등생"…경험·노하우 충분 '자신감'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김현종 본부장은 우선 "방어적인 자세로 통상업무를 한다면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을 것"이라며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아울러 "21세기의 통상환경은 과거처럼 한 두 사람의 역량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며 "기회는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다보니 뒤에서는 잡을 수가 없고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하거나 오판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이 이 같은 자신감을 내세운 배경에는 10여 년간 쌓아온 협상 경험과 노하우 때문이다.
그는 "제가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던 13년 전, 이른바 FTA 지각생이었던 한국은 지금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당당히 세계 52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우등생이 됐다"면서 "그만큼 우리의 통상 전략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한미 FTA 개정 여부를 결정할 한미 공동위원회 개최지에 대해서도 '서울 개최'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한미 공동위 개최지를 묻는 질문에 "협정문 규정대로 하면 된다"며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공동위 개최를 요구받은 국가 또는 제3의 합의된 장소'에서 개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우리 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개최하는 게 원칙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 주인의식·이익균형 중시…국민 앞에 당당한 협상 추구
김 본부장이 강조한 두 번째 키워드는 '주인의식'이다. 그는 "지정학적 속성은 예(구한말)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고 이런 환경에서 우리 통상 협상가 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국익을 지켜야 한다"면서 "상대방은 주인의식의 부재를 즉시 간파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외협상은 국익증대를 위해 하는 것이며 부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달라"며 부처이기주의나 부처 간 갈등을 경계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한 세 번째 키워드는 '이익균형'이다. 양국의 철저한 이익균형을 통해 협상결과를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은 이익의 균형"이라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가능하지도 않고 유지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래야만 나중에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협상의 결과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김 본부장의 전략과 자신감이 제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한미동맹의 큰 틀 안에서 한미 FTA 협상도 의미가 있는 만큼 '이익균형'을 지켜내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3년 만에 컴백한 김 본부장이 취임식 연단에서 보인 자신감을 향후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정성훈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