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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일본이 말하는 로봇의 한계

기사등록 : 2017-08-0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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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상자의 두부 포장 등 넘어야 할 벽 아직 높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기를 잡기 위한 경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일본에서 벌어지는 시행착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도시락 포장부터 섞인 펜들을 색깔 별로 분류하는 일까지 곳곳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실정이다.

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일본 2위 공장용 로봇 제조업체인 야스가와 일렉트릭은 편의점에 납품하기 위한 도시락을 로봇으로 포장하는 프로젝트와 한판 씨름을 벌이고 있다.

산업용 로봇 공급 추이 <출처=IFR(국제로봇협회)>

일정량의 밥과 생선 또는 육류, 피클과 그 밖에 부드러운 반찬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내는 작업은 야근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일이다. 이른 아침 신선한 도시락을 편의점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이 불가피한 실정.

야스가와 일렉트릭은 도시락을 쌀 수 있는 로봇 제작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단단하지 않은 두부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야채를 적정 양만큼 덜어 내는 일이 로봇에게는 대단한 도전이라는 얘기다.

단단하지만 크기가 작은 콩도 젓가락으로 집어 도시락 상자의 제자리에 옮기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스가와의 구마가에 아키라 모션 제어 팀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아직 로봇이 할 수 없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물류 센터 자동화 시스템 제조업체인 다이후쿠는 로봇이 각기 다른 색깔의 펜을 분류해 상자에 정확히 담아 내도록 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빨간 색과 파란 색 펜이 제각각 별도의 상자에 분리돼 있을 때는 로봇이 정확히 집어 올릴 수 있지만 다양한 물건들을 처리하는 데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이후쿠의 호조 마사키 최고경영자는 FT와 인터뷰에서 “색깔이나 재질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물건이 같은 상자에 섞여 있을 때 로봇이 이를 떨어뜨리지 않고 구분해 분리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며 “이미지 프로세싱을 포함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고 전했다.

산업 자동화 센서 및 제어 장치 업체인 오므론도 이와 유사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케우치 마사루 연구원은 “로봇이 특정 물체를 집어 들어 빠르게 옮길 수는 있지만 서로 다른 물체들을 분류해 이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로봇의 민첩성이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가와사키 중공업의 하시모토 야스히코 로보틱스 헤드는 “로봇의 팔을 제작할 수는 있지만 엄밀히 말해 손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학에서 교수들이 로봇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로봇 산업의 전망은 여전히 장밋빛이다. 중국의 전기차 개발을 포함한 성장 엔진이 등장하면서 전세계 산업용 로봇의 판매는 2014년 이후 대폭 늘어났고, 2019년까지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의 한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연구와 개발이 지속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자동화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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