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이랜드그룹이 켄싱턴 제주호텔을 매각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켄싱턴 제주는 돈 되는 알짜사업으로, 해외 호텔사업을 키우기 위한 박성수 회장의 승부수로 읽힌다.
11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이랜드파크는 최근 켄싱턴제주호텔, 강원평창 켄싱턴플로라호텔, 경기포천 베어스타운 등 국내 3개 호텔을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20개 호텔ㆍ리조트 중 일부를 팔아 현금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켄싱턴 제주 호텔은 제주도에서 가장 투숙객이 많은 호텔 중 하나로 알려져 매각에 더 관심이 쏠린다.
이랜드는 20여년간 공사가 중단된 채로 있던 서라벌호텔을 2010년 사들였고,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 6월 최고급 럭셔리호텔을 목표로 켄싱턴 제주를 오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신생호텔로는 드물게 오픈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6년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도 투숙률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 켄싱턴 호텔 <사진=켄싱턴> |
특1급 호텔 최초로 선보였던 루프탑 인피니티풀이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히트를 쳤다. 루프탑 인피니티풀은 옥상 수영장으로 가장자리가 없어서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19세 이상만 들어갈 수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럭셔리 갤러리' 컨셉으로 선보인 세계적인 미술품들도 또 다른 자랑거리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작가들의 200여개 미술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게 했다.
오랜시간 제주 호텔에서 양강체제를 유지해온 신라와 롯데 사이에서 이 같은 흥행은 업계에서도 화제였다. 2년전부터는 투숙률, 객단가 등에서 일부 성과에선 때로 롯데를 앞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검색엔진 호텔스컴바인에서도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검색된 호텔 1위에 켄싱턴 제주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매각 대상에 과감히 켄싱턴 제주 호텔을 올렸다. "아깝더라도 (사업이) 잘 되는 것을 팔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도 반영됐지만 글로벌 호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재편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랜드그룹은 켄싱턴제주를 오픈할 당시 세계적인 호텔 레저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꺼냈었다. 전세계적으로 150개 지점과 1만8000여개의 객실을 갖춰 세계 10대 호텔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것.
아직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에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시점에서 글로벌 공략을 위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랜드는 사이판에서 켄싱턴 호텔, PIC, 코럴오션 골프리조트 3곳을 운영 중인데 평균 투숙률이 90%에 달하고, 성수기는 만실에 대기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작년 7월 오픈한 켄싱턴 호텔 사이판은 럭셔리 콘셉을 지향하는 호텔로 전객실 바다 조망을 자랑한다. 사이판 국제공항에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주요 시내와 만세절벽이나 메모리얼파크 같은 주요 관광지와 10분 이내 도착하는 접근성이 인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랜드도 추가로 사이판 시장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리조트 분야를 공략하기로 했다. 1~2곳 정도의 리조트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번 호텔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향후 10~20년을 내다보고 시행하는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호텔을 더 키워 글로벌레저 호텔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판 켄싱턴 호텔 <사진=켄싱턴>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