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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미리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능력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효과적인 카드라는 판단에서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1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바이오벤처 17곳에 1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매출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을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셈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바이오니아(100억원), 제넥신(200억원), 이뮨온시아(120억원), 제노스코(48억원)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제약시장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이 선호되는 추세"라며 "한정된 재원에서 효율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중국 제약사 뤄신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YH25448)를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했다. 지난해 7월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YH25448의 임상시험 성과가 연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기술 수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제넥신과는 바이오 신약 YH25724(유한양행 자체 신약후보물질과 제넥신의 체내지속형 기술 결합)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YH25724는 비알콜성지방간을 1차 적응증으로 연구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설립한 이뮨온시아는 면역항암제 3종에 대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은 씨앗을 뿌리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바이오벤처 바이젠셀로부터 취득한 1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최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보령제약의 지분은 32.76%에서 52.3%로 크게 확대됐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이 바이젠셀과 연을 맺은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기준 바이젠셀 지분 32.76%(6만주)와
유한양행 본사 사옥 <사진출처=유한양행 홈페이지> |
전환사채를 총 30억원에 사들였다. T세포 입양면역치료제 생산기술을 보유한 바이젠셀과의 협업, 면역항암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유망한 시장이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과 올해 전임상을 시작,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해 빠른 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미국 바이오벤처인 앤트리아바이오에 300만달러(한화 약 34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당뇨병 치료제의 전망을 밝게 본 결정이다.
앤트리아바이오의 당뇨병 치료제는 약물의 방출 속도를 조절해 주 1회만 투여해도 되도록 설계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1상 승인 신청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셀리버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및 관련제품 개발을 위해 천랩과도 제휴 중"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지난달 바이오벤처 비트로시스에 30억원을 투자, 2대주주(지분 9.3%)가 됐다. 이 회사는 산삼배양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손성호 박사가 설립한 회사로, 과거 광동제약에 해당 원료를 공급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비트로시스가 산삼배양근 관련 식물복제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향후 광동제약은 비트로시스와 함께 식품, 의약품 소재를 탐색하고 천연물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녹십자도 녹십자벤처투자(2005년 흡수합병)를 설립하면서, 일찍이 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섰다. 현재는 자궁경부전암 백신 개발업체인 바이오리더스, 콜레라 백신 개발업체인 유바이오로직스, 항암 항체치료제 개발업체인 파멥신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히 바이오리더스 지분은 10여년 전에 처음 취득했는데, 중간에 이 회사가 상장을 하면서 투자차익도 거뒀다. 올 초 상장한 유바이오로직스(2013년 투자)도 마찬가지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