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라질부터 홍콩까지 이머징마켓의 주식이 올들어 파죽지세로 올랐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입질’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과 남아공의 정치 리스크부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까지 해외 투자자들의 발목을 붙잡은 가운데 국내 자금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중국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11일 씨티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이머징마켓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벤치마크보다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비중축소 규모가 10년 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했을 당시와 흡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들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해외 자금이 유입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 기여도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씨티그룹의 분석이다.
또 중국을 제외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 주식 보유 기간이 10여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거래 참여가 소극적이라는 의미다.
연초 이후 MSCI 신흥국 지수는 24% 랠리했다. 지수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 증시가 약 28% 치솟았고, 홍콩의 항셍지수와 인도 센섹스 지수가 각각 24.7%와 19% 뛰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역시 정치 리스크에도 12%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와 FTSE 유로퍼스트 300이 각각 10%와 4% 가량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머징마켓의 상승 폭이 관심을 끌만 하다는 평가다.
MSCI 신흥국 지수의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률(PER)은 14배로, 2009년 기록한 고점인 17배를 상당폭 밑돌고 있다.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소극적인 배경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경기 회복이 신흥국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으로 확대돼 자금이 분산됐다는 설명이다.
모간 스탠리의 조나단 거너 신흥국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9~2011년과 달리 이번에는 경기 회복이 아시아 신흥국뿐 아니라 유로존을 포함한 선진국으로 확산됐다”며 “투자자들에게 이머징마켓이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신흥국 주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지목했다. 증시 주도 세력이 외국인에서 국내 투자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인도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인도 주식 관련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입이 지난 1년 사이 50% 급증했다. 예금 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옮겨간 결과다.
골드만 삭스는 예금 가운데 8~10%가 2020년까지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소한 600억달러 이상의 매수 기반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