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주식과 채권 펀드로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 금융시장과 관련 통화의 변동성이 3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베팅이 날로 열기를 더하고 있다.
공격적인 매수가 유입되면서 최근 1년간 이머징마켓의 수익률이 소위 트럼프 랠리로 후끈 달아올랐던 뉴욕증시를 크게 앞질렀다.
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흥국 채권 펀드로 11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관련 펀드는 17주 연속 자금 순유입을 나타냈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블룸버그> |
투자자들의 ‘사자’는 주식을 포함한 그 밖에 이머징마켓 자산으로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특히 브라질 주식펀드로 지난주 7억8500만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신흥국 통화도 올들어 6%에 가까운 상승 기록을 세웠다.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뿐만 아니라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과거 12개월 사이 25%에 달하는 랠리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인 15%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연초 이후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상승률도 17%로 같은 기간 MSCI 월드 지수 상승률인 9.2%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금융자산의 가격 상승과 변동성 하락이 맞물리면서 신흥국 시장의 투자 여건이 호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말비스 마리노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당분간 부정적인 형태의 ‘서프라이즈’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때 관련 리스크/보상 비율이 높은 자산을 크게 쌓아 올리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가파른 상승에도 미국이나 정크본드에 비해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투자자의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이루는 한편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개선될 경우 관련 펀드로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다.
일부 공격적인 매니저들은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투자 심리가 냉각된 신흥국에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일례로, 밀레니얼 글로벌은 터키 리라화를 사들였다. 국내 정치적 혼란으로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신흥국 자산에 대해 강세론을 펼쳤던 주요 투자은행(IB) 가운데 일부가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이머징마켓 채권의 저평가 매력이 1년 전에 비해 상당폭 떨어졌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BNP파리바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투자 최적기가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도이체방크의 투안 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신흥국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12개월 전에 비해서는 한풀 꺾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