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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인디아: 인도가 아니라 인도 00으로 가라"

기사등록 : 2017-08-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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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투자하라] "인도 투자, 이런 것은 알고 하세요"

[뉴스핌=이영기 기자] "'미스터 엔'으로 알려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교수가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을 그만두고 2005년에 쓴 '인도를 읽는다'를 보면, 그 당시 인도에서 두각을 나타낸 현대, LG, 삼성의 위상, 광고선전 전략 등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는 한국 기업'이라는 별도의 장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3000개나 되는데 우리 기업은 40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선점 효과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결과다."

한국외국어대 인도학과 겸임교수이면서 인도 관련 사업체 ㈜비티엔을 운영하고 있는 김응기 대표는 인도를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이 가져온 10년간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30년 이상 인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충제 박사, 배재대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장 등과 함께 사단법인 인도포럼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 한국인도사회연구학회의 '인도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것'(2012년) 저술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인도는 세제 개편(GST)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김 교수는 인도 진출이나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딱 한 가지로 '그레이트 인디아, 리틀 인디아(Great India, Little India)'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레이트 인디아'를 이해하는 단적인 예로 해외에 거주하는 인도인(NRI)을 든다. "해외 거주 인도인은 약 40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매년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 규모는 1000억달러를 상회한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1/3에 달하는 외화가 매년 해외에서 들어오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잣대(시각)를 가지고 인도에 진출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인도를 간다'가 아니라 '인도 00로 간다'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인도 00로 간다"라고 해야 맞다

김 교수는 "인도 비즈니스는 그 목적에 따라 아주 세세하게 구체화하는 리틀(Little)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도는 전형적인 해외 투자 진출 형태와는 다르다. "중국은 인도보다 넓어도 '중국식'이 있지만 인도에는 '인도식'이 없다"는 말이 이를 잘 나타낸다. 인도는 29개 주와 7개 직할시, 180개 언어, 그리고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현지식'만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인도에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은 사례로 포스코의 제철소 설립 좌절과 롯데마트의 인도 진출 지연이 회자되고 있다. 롯데의 경우 인도 진출을 검토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인도에서 롯데마트는 보이지 않는다. 내부 전략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델리나 뭄바이 같은 프라임 도시만을 진입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한 백화점은 뭄바이나 델리 등 프라임 도시를 포기하고 2선 도시(Tier II)라고 할 수 있는 케랄라 주의 코친에서 성공한 후 인도 전 대륙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한다. 코친은 인근 중동의 두바이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이기도 하다. 일단 중소도시에서 기반을 다진 후 이를 성장 발판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도의 다양성을 충분히 습득할 시간을 벌면서 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인도 시장 접근에 대해 '큰 것을 얻으려면 작은 것을 노려라(Winning Big Targeting Small)'라는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BCG는 인도에서 부자와 엘리트들이 소비하는 도시가 2016년에는 메트로폴리탄과 1선(Tier I) 대도시 1개 정도였지만 2025년에는 2선(Tier II)과 3선(Tier III) 도시까지 확대돼 48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소비를 주도하는 부자와 엘리트들 대부분이 대도시보다 도시 외곽에 거주한다는 특성을 주목한 것이다. (그림 2)

롯데도 인도가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29개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2선 도시에서 시작했다면 지금 인도에는 롯데가 많이 보였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인도 지도 양쪽 '귀'를 빼먹지 마라"

인도인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외국인이 우리나라 지도를 그릴 때 독도를 빼놓고 그리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울릉도는 물론이고 독도까지 그린다면 '아! 한국에 대한 관심이 예사가 아니구나'라며 더 친근하게 느끼지 않을까. 인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도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너머에 가지고 있는 영토를 그린다면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다. 조금 더 상세하게, 민감한 부분까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림 3)

한국인은 인도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지만 인도는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화적으로 우리와 연결된 것이 별로 없다. 한국에 대해 존경은 물론이고 관심 자체가 크지 않다.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1만명 내외이고 한국을 그렇게 중요한 나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거대 시장 인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젊은 세대들이 드넓은 세계로 향해야 하는 지금, 인도의 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밸류 체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장이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 교수는 "다양함의 인도를 우리의 단조로운 생각(mindset)으로 접근하면 시작부터 지는 게임"이라며 "커피나무 한 그루 없는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커피의 나라다. 커피가 생산되는 인도에서 한국 청년이 바리스타로 명성을 쌓고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를 창출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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