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앞다퉈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저금리 대출 양산으로는 은행의 수익성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안정성 역시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의 박리다매식 영업전략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일 케이뱅크가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을 판매 중단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도 이달 8일 공지를 통해 대출한도를 수시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당시 공지에서 “건전성 유지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한도와 금리조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주요한 변경에 대해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각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조건 없는 저금리 신용대출’을 앞세워 고객확보에 주력했지만 이 같은 ‘싸게, 많이 파는’ 영업전략이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건정성 지표마저 위협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연말에 출시할 신규상품이 자리 잡기 전까진 기존의 신용대출 비중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예대율을 떠나 여신 자산에 대한 밸런싱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때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며 “주담대 개발되는 과정도 함께 확인하면서 사업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재출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측은 “대출 증가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도대출에 한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상품 조건은 그대로 유지하되 신용등급별로 적용하는 한도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용대출 축소와 같은 단기적 처방전 말고, 은행의 지속경영을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대면 특성상 인터넷은행의 경우 기업 여신 취급은 불가능에 가깝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담보대출도 신용대출과 같은 파급력을 가지기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낮은 예대율을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고, 비이자이익 창출 여부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지을 요인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주로 컨소시엄이 구성된 만큼 컨소시엄 참여 업체의 본업 확장 수단으로서 성장하는 방법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브랜드 신뢰보다는 금리 등 철저히 이익에 기반해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건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하는 고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금리인상 정책이 단행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이러한 한계점을 봤을 때 전통 은행의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제도권 금융시스템과 이용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해 중국의 인터넷은행 ‘WeBank’처럼 은행간 협약 체결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