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R&D) 투자로 원천 기술 확보에 결실을 맺고 있다. R&D 비용을 꾸준히 늘리면서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에 대비한 원천 기술을 확보해 미래 수익창출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1조1625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해 이 중 2956억원을 자산화시켰다. 자산화한 연구개발비 비중은 25.4%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발비 자산화는 R&D 비용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항목이다. R&D 결과물로 특허권, 상표권 등 미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향후 이익창출에 기반이 되는 원천기술을 보유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형자산에 속하는 미국특허 보유건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미국특허 보유건수는 1140건으로 5년 내 가장 많은 특허를 확보했다. 2012년 768건, 2014년 914건에서 꾸준히 특허건수를 늘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특허 개발 프로그램이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R&D 투자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성과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SK하이닉스의 R&D 투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에만 1조1625억원을 쏟아 반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증가한 규모다.
R&D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산화한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16.7%에서 올 상반기 25.4%로 8.7%p 증가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에는 이 비중이 13.9%였다.
원천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산업의 성장 전략이 시설투자,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경쟁력 중심에서 차별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 중심으로 바뀌면서 원천 기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반도체 업계가 집중해왔던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미세화는 투자 불확실성이 크고 기술적 한계에 와있다"면서 "사업환경이 바뀌면서 선행기술이나 응용기술 개발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4월 개발에 성공한 7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개발이 대표적이다.
72단 3D 낸드플래시는 고층건물을 올리듯 수직으로 72층을 쌓아 저장공간을 확보한 기술이다. 수직으로 층을 쌓을수록 단면적은 줄이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회로 선폭을 좁혀 저장용량을 늘리는 미세공정이 경쟁이 어려워지면서 3D 적층 기술로 승부를 본 것이다.
현재까지 경쟁업체들 가운데 최고 적층은 삼성전자(64단)와 도시바·웨스턴디지털(64단) 등이다. SK하이닉스는 64단을 건너뛰고 바로 72단 기술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향후에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융합으로 저장·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방대해지는 만큼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미세화보다는 새로운 소재 개발 등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해졌다"면서 "과거에는 미국, 일본 기술을 따라가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원천 기술을 늘리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M14. <사진제공=SK하니익스> |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