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허정인 기자] 깜빡이는 진즉에 켰다. 뒷좌석에 앉은 이도 핸들을 꺾을 때라고 주문한다. 반 년 후에는 운전석에서 내려와야 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과감하게 핸들을 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얘기다. 이 총재가 내년 3월말 퇴임 전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초 "통화정책 완화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다른 금융통화위원 한 명이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총재의 금리 인상론을 거들었다.
잠잠하던 채권시장에 금리 인상 화두가 던져졌다.
여기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저금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난처해졌다. 금통위원들 입장에선 금리 정상화 논의를 공식화하자니 청와대 압박에 떠밀리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방치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안정되지 못하면 여론이 악화된다. 최근 수 년 간 전세가격 폭등과 아파트 가격 상승의 원죄(原罪)를 가진 금통위로선 곤혹스러울 수 있다. 조기인상이 가능한 이유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신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및 가계부채 관리 의지를 감안할 때 2분기 가계신용을 주의해 봐야 한다"며 "8월 이후에도 비은행대출의 증가세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금리 인상을 부동산 안정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기준금리 인상 여론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가 부동산 가격"이라며 "여론이 움직여야 한은도 금리를 인상하기 편해진다"고 분석했다.
내년 2월 말 열리는 금통위가 이 총재의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도 조기인상론에 힘을 실어준다. 퇴임을 앞두고 부랴부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의 여파를 살피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총재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정부와 정책공조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할 수 있다. 정부와의 엇박자 논란은 한은 출신인 이 총재 입장에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화살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한은이 '가계부채 확대가 문제 있다'는 이유로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청와대의 발언으로 한은이 방향을 틀어왔다기 보다는, 정책공조 부담이 한은에 생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상반기 순항했던 우리 경제가 하반기 들어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침체로 돌아가는 현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부담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