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 지난 7일 남자 친구로부터 심하게 맞아 의식 불명에 빠졌던 여성이 결국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난달 27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남자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B씨는 A씨가 다른 이성과 만난다고 의심하며 폭행했다. 이 폭행은 A씨가 의식을 잃은 뒤에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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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B씨의 신고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에 중상을 입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11일 만에 A씨는 숨졌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신당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주먹과 발로 때려 치아 5개를 손상시킨 남성도 체포됐다.
연인 간에 일어나는 폭력, '데이트폭력'이 갈수록 만연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시킬 수 있는 법 근거 마련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결혼하지 않은 연인관계, 서로 호감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폭력을 포함해 언어적·정서적·성적 폭력 등을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인 간 폭력사건으로 지난해에만 8367명(구속 449명)이 입건됐다. 연인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33명에 이른다. 매년 46명씩 데이트 폭력에 의해 사망하는 것이다.
데이트폭력이 만연한 실태는 관련 상담건수가 급증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여성긴급전화1366'으로 접수되는 데이트폭력 상담이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총 1591건, 2015년에는 2096건, 2016년에는 4138건이 접수됐다. 올해의 경우에는 상반기(2017년 6월까지)까지 접수된 건만 2984건을 기록했다.
신 의원은 "가정폭력·성폭력과 달리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없어 2차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의 경우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는 임시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의 경우에는 특별법이 따로 없어 형법상 폭행, 상해죄 등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현장 격리가 어렵다.
또한 처벌 자체가 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데이트폭력 중 하나인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된다. 겨우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된다. 피해자들이 겪는 두려움에 비해 경미한 처벌인 셈이다.
이외에도 데이트폭력은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처리되는데 관계의 신뢰나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이뤄지는 지속적 폭력이라는 점에서는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의 범주를 확대해 데이트폭력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데이트폭력 가해자 중 70% 이상이 전과자임을 들어 한국판 '클레어법'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클레어법은 가정폭력 전과 공개 제도로 데이트 상대의 가정폭력 및 폭력과 관계된 전과를 조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영국에서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살해된 '클레어 우드'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고 2014년부터 시행됐다. 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 자체를 시행하고 있다.
홍영오 형사정책연구원 범죄예방지원센터장은 "기본적으로는 데이트 폭력 관련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들이나 법이 미비한 상황이라 관련 법조항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데이트 폭력은 1회성이 아니고 반복적이며,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져 문제가 더 크다"며 "개인 신뢰 문제가 있어서 낯선 사람에게 당했을 때보다 심리 충격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가중 처벌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