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전망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인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막대한 인프라 지출로 재정과 경상수지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이들 국가가 자본 유출 압력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올 회계연도에 인프라에만 60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인프라 지출의 목표로 내세웠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7000km의 새 도로와 4개의 신규 공항을 건설하고 더 많은 인프라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자료=블룸버그통신> |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이들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여전히 고성장을 구가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이 4.5조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연내 개시할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 세 국가의 오래된 취약성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 달러 빚내서 땅파고 시멘트 붓고.. '취약점'
이들 국가는 산업과 수출도 기반도 약하고 인프라 자금에 필요한 국내 저축도 부족한 상태다. 땅을 파고 시멘트를 쏟아 붓기 위해선 중장비를 수입해야 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경상수지 악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또 인프라 건설 비용은 정부의 재정적자를 압박한다. 정부가 해외 자본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메이뱅크 킴앵 리서치의 추아 학 빈 선임 분석가는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면 이 3개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는 심화하고 대외 부채는 늘어날 것"이라면서 "외부 자본 형태에 따라, 해외 자금 흐름 변동과 통화 불일치 위험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30년까지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수송망을 건설하고 전력 공급을 늘리며 수도와 위생 설비를 개선하기 위해선 26조달러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아직까지 인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부채 수준은 전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 이 3개국의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유출되는 외자를 붙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나타시스의 앨리샤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고질적인 국내 은행권 문제와 달러화 강세 등 긴축 위험에 노출된 국가"라면서 "그 다음은 인도네시아"라고 분석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인도의 전반적인 정부 부채 수준이 비슷한 신용 등급을 보유한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인도 연방정부는 올 회계연도의 재정적자를 GDP의 3.5%에서 3.2%로 줄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저성장 위험을 고려하면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카우쉬크 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양적긴축은 잠재적으로 신흥국 자금 흐름 역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인도가 면역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