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은행권이 장기 저리 대출을 사상 최대 규모로 집행,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미국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분기 은행권의 총 자산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이 2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산 규모 10억~100억달러인 은행권의 비중은 33.7%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치를 끌어올렸다.
고객들이 자금을 낮은 금리에 장기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은행권이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이지만 이 같은 대출이 최근 급증했다.
연준이 올들어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시장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 느긋한 움직임이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2%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됐지만 2014년 초 이후 금리는 3% 선을 밟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올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장기 금리의 상승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저하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환경이 은행권의 공격적인 대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의 수익 창출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수수료 수입으로 구성되는데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든 상황.
이 때문에 은행들은 대출 건수를 늘려 예대마진 하락에 따른 충격을 벌충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설명이다.
플로리다 소재 씨코스트 뱅킹의 데니 허드슨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초저금리 여건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렸다가는 주주들의 비난이 빗발 칠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저금리의 자금을 단기로 차입하기 때문에 정책자들은 금리 리스크를 각별히 주시한다.
무엇보다 최근 늘어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의 상당 부분이 상업용 부동산과 연계돼 있어 잠재적인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올해 초까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연율 기준 10%를 웃도는 외형 성장을 이뤘다.
특정 산업에 대해 심층적인 리서치가 필요한 기업 대출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하지만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나 실물경기 호조에 따라 시장 금리가 상승, 예금 금리를 인상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때 낮은 금리로 집행한 장기 고정 대출로 인해 은행권의 수익성 압박이 한층 더 고조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