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선고를 좌우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유죄라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도 뇌물수수 혐의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에 이어 올해 박영수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 부정한 청탁과 최 씨 등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유죄 선고 시, 상당한 형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뇌물 전달 과정을 ‘이 부회장→최 씨→박 전 대통령’로 봤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자금의 출처와 송금 절차 등도 불법성이 생기게 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뇌물수수죄는 형량이 높은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치명적이다. 뇌물죄에서 수뢰액 1억원 초과 시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
하지만,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를 무죄로 판결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무죄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 씨의 ‘관계성’이 약하다는 의미일 뿐, 두 사람의 혐의는 많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뇌물죄 다음으로 무거운 직권남용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또 직권남용 및 강요 등 혐의를 징역 3년 이하로 선고받는다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박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대통령은 법원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 모두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기업체로부터 수백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판례를 살펴보면 뇌물수수의 유무죄는 수수자의 지위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 등 대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범죄 혐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당시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 “대통령은 정부의 중요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등 기업체 활동에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대통령에게 (기업체가)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 대가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뇌물을 뇌물이라고 주고, 뇌물인 것을 알고도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란 상식에 기초한 판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이 낳은 판결로도 해석된다.
특검 입장에선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유죄를 받아야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된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뇌물공여 만큼은 무죄 판결받아야 한다. 앞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 국회 위증죄는 실형인 1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에 특검은 바로 항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