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한국과 중국이 수교 25주년을 맞은 24일 양국 간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대변하는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성대해야 할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마저 최소한의 성의 표현 수준에 그치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일본과 중국 간의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한중관계가 짧은 시일 내에 호전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날 주중 한국대사관이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는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중국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다.
완 부주석은 8개의 민주당파 중 하나인 치공당(致公黨)의 중앙주석이며, 2007년부터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관급 인사인 완강 정협 부주석이 참석한다"며 "그 외에도 중국 측에서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 왕야쥔(王亞軍) 중련부 부장조리 등 각 부처 간부급 인사가 다수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장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오는 25일 예정된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이날 러시아로 출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장을 찾아 수교 25주년의 의미를 되새길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청와대> |
한국과 중국이 각각 장관급 인사를 보냄으로써, 서로 간에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특히, 중국 측이 고위급 인사 중에서도 외교 쪽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인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한중관계의 중요성과 사드로 인한 민감한 상황을 모두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대변인은 "지난번처럼 공동주최 (수준까진) 아니지만, 한국과 중국이 양국 관계를 중요시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 (고위급 인사를) 교차 참석시켜서 수교의 의미도 되새기며, 앞으로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2012년 한국과 중국이 공동 개최한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에서는 당시 양제츠(杨洁篪)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 루하오(陸昊) 공청단 제1서기 등 고위급 인사들은 물론 주석 취임이 유력했던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까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관례상 양측은 10년 주기 수교기념 행사를 더 성대하게 개최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리셉션에 중국 측 주빈으로 뤄하오차이(羅豪才) 중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중한우호협회 회장이 참석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록 냉기는 흐르고 있지만, 양국 모두 한중관계의 발전 필요성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주고 받은 수교 25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함께 노력해 정치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며, 한중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역시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시 주석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양국의 공동번영, 나아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면한 갈등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국이 관계강화의 비전과 중요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유지시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사드 하나만 갖고 그러는데, 사드라는 게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것에 대한 하나의 상징일 뿐"이라며 "사드가 아니더라도 중국 입장에선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신 교수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일본과의 조어도 분쟁 등 중국 입장에선 여러가지로 껄끄러운 상황이 많다"면서 "(국제 정세) 상황 자체가 한중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것이라 앞으로의 한중 관계 개선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