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 만 29세 그래픽 디자이너 이정희씨는 1년 전부터 면 생리대를 쓰고 있다. 화학물질이 없어 생리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친구의 추천을 듣고나서부터다. 이씨는 대학생 시절 생긴 생리통으로 생리기간만 되면 꼼짝없이 집에 누워있어야 했지만, 면 생리대를 쓰고 2~3달 지나자 생리통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생리기간에도 밖에 나가 외출도 하고 가벼운 산책도 즐겨할 정도로 삶의 질이 바뀌었다.
1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면서 '면 생리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핌은 지난 24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50대 가임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1회용 생리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294명이 응답했다.
이들 중 1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은 93%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화학물질이나 생리통, 부작용 등을 걱정하고 있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1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이나 피부 자극 등이 우려되고 불편하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자 37%가 피부 가려움과 자극 등을 꼽았고, 유해 화학물질에서 오는 생리통 등이 20%였다.
1회용 생리대 착용에 따른 통기성과 활동성을 꼽은 답변도 각각 26%, 12%를 넘었다.
이 같은 걱정 속에 이미 1회용 생리대의 대안을 선택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1회용 생리대 패드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 중 절반 이상인 57.8%는 면 생리대를 착용 중이라고 답했다. 면 생리대는 표백제나 염색, 형광 물질을 쓰지 않는 제품으로 화학 가공이 없어 관심을 받고 있다.
매번 빨아써야 하는 번거로움과 외출시에 보관이 번거럽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지키겠다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인체에 삽입하는 생리컵 사용자는 3%였다. 생리컵은 아직 국내에서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아 해외 직구(직접구매)나 유학생 등을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이나 여성 특화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노출이 되면서 젊은층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대안 생리대다.
1회용이지만 패드가 아닌 인체 삽입형 탐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20%나 됐다.
다만, 1회용 생리대 패드가 화학물질 유해성이 없다는 점만 확인되면 계속 착용하겠다는 응답자가 88%였다.
지난 3월 여성환경단체가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연구팀과 국내 생리대 10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고, 이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있었다.
현행법상 생리대 관련 규제는 폼알데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규정 뿐이다.
최근 식약처는 릴리안을 만든 깨끗한 나라는 물론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한국피앤지, 웰크론헬스케어 등 생리대 제조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유리(가명, 여성ㆍ33)씨는 "15년간 1회용 생리대 패드를 착용해왔는데 면생리대나 생리컵을 시도해보려 해도 1회용이 가장 편하다"며 "여성 건강에 직결되는 생리대에 화학물질이 범벅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름끼친다. 정부에서도 여성들이 생리대를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검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