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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 연 150만원 인상…"어느 나라 얘기죠?"

기사등록 : 2017-08-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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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상사 눈치 여전…1년 휴가 꿈같은 얘기
사업주 솜방망이 처벌…처벌기준 강화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중소 무역업체 경리과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이지연(가명·35)씨. 이씨는 3년 전 결혼 후 최근 첫째 아이를 어렵게 임신했지만 이제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회사 내 육아휴직제도가 있긴 하지만 쉴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육아휴직 급여 신청은 물론 출산 후 산후조리를 꿈도 못꾼다. 

# 한 대형 전시업체 기획자로 근무중인 직장인 강선인(가명·32)씨는 최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만 하다. 1년 전 어렵게 지금의 회사로 이직해 경력을 쌓고 있지만, 회외출장도 많을 뿐더러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육아휴직을 신청해 수당을 받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동안 회사에 육아휴직 선례가 없어 괜히 눈밖에 날까 눈치만 보인다.   

# 한 사회적기업 현장관리자로 일하는 정지혜(가명·33)씨. 그녀는 자녀를 둔 워킹맘이자 뱃속에 5월된 아이를 임신중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6개월 단위로 재계약하는 단기 계약직원인데다 회사를 옮긴지도 얼마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 더욱이 육아휴직 급여를 받기 위해선 1년 이상의 근무 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해당사항이 없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육아휴직 급여 인상안 소식을 접한 대다수 여성 직장인들은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다수 기업에서 사내 육아휴직 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데다, 육아휴직서 제출이 사직을 강요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근속년수 1년 미만의 비정규직에겐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급여는 꿈같은 이야기다.     

◆ 여성 경력단절 막고, 남성 육아휴직 늘린다는 정부...문제는 사내 문화 개선  

정부는 지난 21일, 오는 9월 1일부터 육아휴직급여 지급 기준을 월 통상임금의 80%로 늘리고, 상·하한액도 각각 150만 원, 70만 원으로 인상하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고용보험법 제70조에는 육아휴직을 30일(출산전후 휴가기간과 중복되는 기간은 제외) 이상 부여받은 피보험자에게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기존엔 최대 1년간 월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가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됐지만, 내달부턴 첫 3개월동안 월 통상임금의 80%(상한 150만원, 하한 70만원)로 상향조정되고, 나머지 기간(최대 9개월)에는 기존과 같이 월 통상임금의 40%가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된다.이에 따라 육아휴직자는 연 최대 150만원을 육아휴직 급여로 더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 같은 개정안을 발표하며 육아로 인한 여성의 장기간 경력단절을 막고 남성의 육아휴직을 촉진해 맞돌봄 문화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마음놓고 육아휴직을 쓰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일부 대기업 직원을 제외한 대다수 중소기업직원들은 육아휴직 기간이 한두달에 불구하고 이마저도 회사의 눈치를 봐야한다. 일부 기업에선 육아휴직 희망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기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구내식당에서 계약직 영양사로 일하는 김소인(가명·32)씨는 지난달 출산 관계로 회사에 육아휴직 6개월을 신청했지만 회사로부터 사직을 강요당한 뒤,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김씨는 "주변에서 육아휴직 시 해직 권고 이야기를 듣어보긴 했는데 실제 겪고 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비정규직들에게 육아휴직은 꿈 같은 이야기다. 이듬해 계약 연장을 위해선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근속년수 1년 미만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육아휴직 급여 조건에 포함이 안돼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육아휴직을 마음놓고 쓸 수 있으려면 사내 문화가 먼저 개선돼야 하지만,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기업 입장에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스핌DB>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민관협의를 통해 기업들의 인식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사업주,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육아휴직 시 근로자지원금 뿐만 아니라 별도의 사업체 지원금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아직 현실에서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사업주의 부담과 사내눈치가 큰 편이므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직장문화를 개선하고, 육아휴직 활용이 미흡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스마트 근로감독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육아휴직 위반 사업주 500만원 이하 벌금..."처벌 약하다" 지적  

남녀고용평등법 제 19조에 따르면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는 최대 1년(한 자녀에 대해 남녀 근로자 각각 1년씩 총 2년 사용 가능)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겐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또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이를 어길시 역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 및 직장인들은 "정부의 처벌 강도가 너무 약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이 위반 사업주 대부분이 단순 벌금형에 그치고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보니 사업주 인식 개선에 오랜시간이 걸리고, 기업 내 육아휴직 제도 정착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사내에서 임신한 여직원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다, 정부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보니 여성들이 아이를 갖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위반 사업주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와 정부의 홍보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기준이 미약하다보니 육아휴직 위반 사업주들도 정부 적발시 일시적인 시정조치를 취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일부 사업주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한다. 

고용부가 지난해 53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첫 실시한 '스마트 근로감독' 결과 436개 기업(81.5%)에서 1162건의 법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이중 여성 근로자가 많은 병원·유치원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299건(25.7%), 근로기준법 642건(55.5%), 최저임금법 등 기타 220건(18.8%) 등이다. 이중 55건에 대해선 과태료가 부가됐고, 나머지에 건에 대해선 사업주 시정조치됐다. 

스마트 근로감독은 정부가 임산부에게 발급하는 '국민행복카드'의 사용내역을 조사해 사용 빈도가 적은 임산부의 사업장을 집중 단속하는 것이다. 국민행복카드는 임신·출산 진료비 5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바우처 카드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중 모성보호 위반 건수는 117건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임산부 야간·휴일근로 44건 ▲임산부 근로시간 위반 39건 ▲출산휴가 급여 미지급 29건 ▲출산휴가 미부여 5건 등이다.

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중 모성보호 위반 건수를 제외한 182건 중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179건 ▲성차별 1건 ▲배우자출산휴가 미부여 1건 ▲육아휴직 미부여 1건 등으로 출산휴가·육아휴직 미부여가 2건 포함됐다. 

이와는 별도로 고용부가 조사한 지난해 '여성분야 신고사건 처리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위반 신고 90건 가운데 위반 사항을 확인한 22건 중 15건은 시정조치됐고, 7건은 기소처분해 과태료가 부과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성고용 관련법 처벌이 약하다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며 "향후 법개정을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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