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 육아가 가장 큰 고민인 중소기업 직원 A(남·36세)씨는 얼마 전 민망한 일을 겪었다. 회식자리에서 넌지시 육아휴직 얘기를 꺼냈다가 면박을 당한 것이다.
A씨는 "다른 회사들은 요즘 남자도 육아휴직을 많이 쓰는 추세"라고 언급했지만, 부장님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그건 그 회사 얘기"라는 핀잔 뿐이었다.
아빠의 육아휴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를 제외하면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먼 얘기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43개 중앙부처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공무원은 1215명. 전체 육아휴직의 20%다. 이처럼 공무원 조직의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일반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남성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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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1년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 아내의 부모님은 필리핀에, A씨의 부모님은 부산에 계신다.
A씨 부부는 벌써 한달째,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 아이를 보고 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때문에 육아휴직을 고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A씨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생각도 해봤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금전적 부담도 크다"며 "1년이라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지만 회사 눈치가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B씨는 1년 전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선언하고 6개월 동안 양육을 전담한 뒤 최근 회사로 돌아왔다. 당시 B씨의 용기는 회사 안에서도 연일 화제였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온 후, B씨는 자신이 원래 근무하던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로 배치를 받았다. B씨는 "멀쩡하던 부서에 갑자기 왜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사실상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 인사 조치가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도 이같은 불만을 내비치지 못한 채 회사에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속사정이다.
이렇다보니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내는 건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결심이다. 아직까지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여성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서울시] |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의 '고용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서울 시민 가운데 신규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3%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와 경력 단절 예방,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아빠 육아휴직을 위한 법안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빠도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게 하겠다"며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기업에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1일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함께 아버지의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슈퍼우먼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법안으로 마련될지, 얼마나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낼지 미지수다.
대기업 한 인사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선 대체 인력 마련과 비용 확대, 업무 연결성이나 효율성 확보 등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며 "정부 지원 등 조금 더 사회적 협의가 이뤄져야 제도를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