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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뉴욕 노트8 공개행사에 드리운 '불안감'

기사등록 : 2017-08-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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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축배 대신 고민 토로...리더십 공백 우려

[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 공개(언팩)행사가 열린 미국 뉴욕. 각국에서 초대된 소비자들은 새로 탑재된 듀얼 카메라와 강화된 S펜 기술에 환호했다.

주요 외신들은 전작인 노트7의 발화사고를 잊기에 충분하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위기를 맞았던 삼성전자는 1년만에 불명예를 씻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언팩 일정 내내 축배를 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안도감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이 엿보였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사진=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휴대폰만 갖고 지금같은 매출과 이익을 언제까지 낼 수 있는지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토로했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부사장은 사물인터넷(IoT) 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시대에는 스마트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다음 먹거리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마트폰 제품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삼섬전자만의 차별점이 줄어드는 사이 중국 업체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의 1차 원인이다.

포화 상태에 달한 스마트폰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 IoT 등 새로운 생태계를 열어 갈 '비전 2020'을 지난 5월부터 가동 중이다. AI 서비스인 '빅스비'를 고도화하는 한편 AI 스피커로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단말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갤럭시 노트8이 공개된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 행사장 <사진=최유리 기자>

삼성전자의 중장기 청사진과 대내외 협업을 진두지휘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도 불안감을 키운다.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부재한 가운데 흩어져있는 각 계열사와 사업 조직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글로벌 인수·합병(M&A) 작업을 중단했고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무선사업부의 한 고위 임원은 "자율경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무선사업부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선 위기의식이 있다"면서 "해외 거래선에서도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해 온다"고 털어놨다.

"새롭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래 준비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전보다 더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고 사장의 말은 엄살로 비춰지지 않았다.

새로운 노트 시리즈를 내놓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한 것은 그 만큼 앞으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도에 없는 길을 선장 없이 가야하는 삼성전자에서 불안감이 새어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는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우선 중장기적인 시야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변곡점을 맞아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경쟁사와 쫒고 쫒기며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삼성전자만의 길을 개척하려면 향후 3~5년뿐 아니라 10~20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 사장도 "4~5년 전에는 경쟁사를 빨리 따라잡는 게 목표였지만 이제는 우리만의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삼성 무선사업부의 미래는 기술적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협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기기간,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는 틈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선 삼성 계열사 간 협업을 넘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를 껴안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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