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한기진 기자 ]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1심) 패소로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인도공장과 미래자동차 개발, 중국과 미국 판매 부진 탈출용 신차개발 등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기아차는 이번 패소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1조원에 달하게 됐다. 올해 3분기 적자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 돈은 노조원들이 받을 승소 축하금으로 반영된다. 노조원은 1인당 최고 5000만원을 받는다.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인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기아차가 주장한 경영상의 위기를 감안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통상임금 지급 제외 적용’은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김성락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비롯한 변호인들과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배상금액은 4223억원(원금 3126억원+지연이자 1097억원)으로 노조가 청구한 1조926억원보다 크게 낮았다. 일부 휴일, 야간근로, 심야수당을 제외해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2008년 8월~2011년 10월까지 3년2개월간의 통상임금 소급 분에 대한 것이다. 같은 내용으로 2011년 11월~2014년 10월을 추가한 대표소송(노조원 12명)이 또 있다. 더구나 1심이 소급적용을 인정했기 때문에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재 산정해서 지급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누적될 통상임금 지급 규모가 ‘1조원’이라는 게 기아차의 추정이다. 9월 재무제표에 소송 패소 충당금으로 반영돼 전액 손실 처리되고,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에 불과해서 하반기는 3000억원 가량 적자가 확실시된다.
기아차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사드 여파 및 보호무역 조치 등으로 중국과 미국시장 판매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하반기 회복을 노려야 할 입장에선 일단 적자로 돌아서면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인도 공장 신설이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따른 5년간 31억달러(한화 3조5000억원) 신규 투자, 중국 신차개발 등 굵직한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그동안 정부지침을 준수하고 노사간에 성실하게 임금협상에 임해 왔다"며 "상여금 지급규정을 수십년 전부터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운영해온 기업이 오히려 통상임금 부담 판정을 받게 돼 기아차는 2중 3중으로 억울하다"고 말했다.
신달석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아차가 통상임금 부담으로 1, 2, 3차 벤더들에게 주는 납품대금 지급조차 힘들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아차 노조원들은 소송 축하금을 받는다. 소송에 참여한 2만7424명은 1조원 가량을 나눠 갖기 때문에 1인당 평균 3600여만원을 받게 된다.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많아 5000만원 넘게 받는 조합원도 나올 전망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은 안정된 임금체계를 확보해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라며 "경영계는 이번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잘못된 경영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