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뉴스핌 김겨레 기자]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대해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적절한 타이밍에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등 사업상 어려움도 토로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자> |
윤 사장은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된 후 상반기에 인수합병(M&A) 하려던 것이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됐다"며 "제 때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M&A는 해야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면서 사업상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그는 내부에서 여론을 의식한 M&A 찬반 논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윤 사장은 또 "요즘 잠도 잘 못 잔다"며 "답답하고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부문별로 경영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각자 맡은 부문 이상의 결정은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7개 업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올해들어서는 단 한곳도 인수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후 의사결정을 내릴 사람이 없어서다.
윤 사장은 "정보기술(IT)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업체들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총수 구속이 별 일 아니라고 하지만 저희는 애로사항을 느낀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여러 전략을 짜고는 있지만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균 모바일·IT(IM)부문 대표의 말을 들어 "지금은 '졸면 죽는' 시대다"며 "그런 시대에 삼성전자의 상황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해서도 "있다가 사라지니까 여러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느 것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비상 경영 조직에 대해선 "있는데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없다"며 "사내 이사회에 대표이사 3인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사업 재편이나 대형 M&A 등은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십(주인 의식)'이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도 오너십의 발로"라며 "저도 제 사업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부회장에 비하면 1/1000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부회장은 늘 1등에 대한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