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세훈 기자] 국회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장치 만들기에 나선다. 실질가치와 무관하게 시세가 급등락하고, 가상통화를 악용한 투자 사기행위 및 자금 세탁이나 세금 회피와 같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마다 관련 규정이 다르고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이 달라 입법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트코인 <출처: 블룸버그> |
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가상화폐 관련 법안은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같은 당 심기준 의원도 '비트코인법'을 준비중이다.
◆ 가상통화거래소 '인가제' vs '자율규제'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기준을 강화하고 가상통화거래소에 인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가상통화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 등록만 하면 이렇다 할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6월 거래량 세계 1위를 기록한 국내 가상통화거래소 ‘빗썸’에서 약 3만 여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발생했고 다른 거래소에선 비트코인 탈취사건이 일어났다. 박 의원은 거래소 인가제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안에선 가상통화를 ‘교환의 매개 수단이자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된 증표’로 정의하고 가상통화취급업자를 형태에 따라 세분화한다. 형태에 따라 △가상통화매매업자 △가상통화거래업자 △가상통화중개업자 △가상통화발행업자 △가상통화관리업자로 나눴다. 또, 각각의 업무를 하기 위해선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춘 뒤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1일 거래소에 인가제를 부여할 경우 공신력을 부여해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봐 자율규제 방식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추진한 거래소 인가제와 정부안이 상충하는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낸 보도자료를 보면 의원실과 생각이 다르다"며 "법안 발의 이후 진척된 논의는 없고 가상화폐에 대한 당의 공식입장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추후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 가상화폐 정의 '상품' vs '화폐'
심기준 의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정의를 법으로 명확히 하는 '비트코인법' 발의를 준비중이다. 가상화폐는 거래대상으로서의 재화와 지급수단으로서의 화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해외마다 판단 기준이 상이하다.
영국과 유럽연합, 최근 법 개정을 한 일본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규정한다. 반면 호주와 싱가포르는 재화로 분류한다. 상품으로 분류되면 부가가치세가 매겨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정부와 한국은행, 민주당 의원들 간 입장이 다르다. 우선 정부는 "가상통화는 현시점에서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가상통화의 정의를 분명히 규정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병목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팀장은 비트코인이 재화인지 화폐인지 묻는 심기준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상품(재화)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를 가지고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과 상품 및 용역의 대가 지급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성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비트코인이 발행근거법 및 발행기관이 없이 민간에서 발행되고 있어 한국은행의 독점적 발행권한에 따라 발행되는 화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비트코인은 금전적 가치를 가지고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무형의 재산인 점에서 일반적인 상품의 성격을 갖는다"고 규정했다.
앞서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가상화폐를 재화로 정의했다. 다만 박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화폐 부가세 부여는 나라마다 입장이 달라 과세부분은 판단하지 않았다"며 "기획재정부에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화폐나 재화냐를 섣부르게 규정하면 안되는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점이나 부정적인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법안 발의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