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텍사스를 휩쓸고 지나간 하비에 이어 플로리다를 위협하는 어마까지 초강력 허리케인이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국채 선물시장이 예상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32%로 떨어진 가운데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 <사진=신화/뉴시스> |
허리케인 피해 복구에 따른 건설 경기 호조 등 긍정적인 경제 효과는 장기적으로 가시화되는 데 반해 피해로 인한 경제 지표 악화는 당장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된 12월 중순에는 소비자 지출부터 GDP 성장률까지 허리케인 충격에 따른 경제 지표 악화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경기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면서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상황에 지표 악화는 연준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7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허리케인 하비가 남긴 피해로 인해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1.0~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에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의 농작물을 덮칠 경우 자연 재해에 따른 경제 지표 악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텍사스 지역의 석유 업체들은 원유 정제 가동을 중단했고, 인프라를 모두 회복한 뒤 설비 운용을 정상화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기업의 근로자들은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주택과 차량 피해 역시 해당 지역의 내수 경기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휘발유 가격 상승은 미국 전역에 걸쳐 소비자 지출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 시장의 간접적인 피해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지표 악화는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6만2000건 급증, 29만8000건에 달했다.
이는 2015년 4월18일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주간 상승폭 역시 201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수당 신청이 급증한 것은 허리케인 하비의 충격이 초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용을 포함해 민간 소비와 제조업, 성장률 등 연준의 12월 통화정책 회의까지 단기적으로 경제 지표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올해 4분기 성장률의 속보치는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얼마나 극복했는가를 12월 연준의 회의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허리케인의 파장으로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연준은 목표치에 미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완만한 금리인상 기조를 취하고 있지만 자연 재해로 인한 물가 상승이 긴축의 정당성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성장률에 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 때 연준이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에 나섰고, 이번에도 같은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