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아이코스를 비롯한 전자담배 열풍이 거세다. 냄새가 덜하고, ‘찐담배’라는 특성상 건강에 덜 유해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정확한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아이코스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5%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판 1년 사이 6% 점유율을 기록한 일본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아이코스의 인기가 급증할수록 국가 세수의 공백은 불가피하다. 관련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아이코스를 팔면 팔수록 세금이 펑크’나고 있다.
◆펄펄나는 전자담배...구멍뚫린 국가세금
아이코스의 열풍이 거세지만 관련법은 국회에서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세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담배에 세금을 부과하는 3대 법안 가운데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만 앉아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신고제다. 담배사업자가 가격을 정해 ‘팔겠다’고 기획재정부에 신고하면 출시가 가능하다. 일반담배(궐련)는 세제가 정비돼 문제없지만, 아이코스와 같은 ‘기계+담배’의 형태는 세법의 공백을 파고든 신유형이다.
아이코스는 일반담배처럼 조그만 궐련을 기계에 넣어 피우는 형식이다. 기계에 넣는 권련은 담배와 비슷하지만, 기계에 넣어 담배를 쪄서 피운다는 점에서는 전자담배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세법의 정비다. 현재 담배에 붙는 세금은 크게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법, 개별소비세의 3가지다. 아이코스형 전자담배는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로 분류된다.
2017년 1월~4월 사이에 국회를 통과한 담배소비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는 전자담배 카테고리에 분류돼 니코틴용액 1ml당 370원씩 기준으로 세율을 따져 부과한다. 그러나 개별소비세는 아이코스를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로 한 개정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담배소비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는 아이코스가 전자담배로 분류돼 과세되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중인 개별소비세법에는 관련 항목이 없어 아이코스 제조사 필립모리스가 신고한 ‘파이프담배’로 분류돼 세금을 매긴다.
전자담배로 분류되면 니코틴용액 1ml당 370원이 과세된다. 하지만 아이코스는 파이프담배로 분류돼 과세되기 때문에 1ml당 21원이다. 무려 1ml당 350원 가량의 세금을 덜내는 셈이다.
전체 세금을 비교해 보면, 일반담배는 4500원(1갑=20개비 기준) 가운데 3323.4원이 제세금이다. 아이코스는 기계를 제외한 교체형 담배 4300원 가운데 1739.6원만 세금이 매겨진다.
일반담배 1갑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아이코스는 1갑당 1583.8원의 세금을 덜 낸다.
김광림(자유한국당) 의원은 아이코스 형태의 전자담배가 시장점유율이 1% 포인트만 올라가도 세금 손실이 연간 500억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재 가파른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아이코스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일본과 같은 6% 점유율의 경우 연간 세수감소분이 3445억원, 8.8%일 때는 연간 5010억원의 세금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정한다.
◆하루라도 빨리 법개정 필요...늦으면 외국계 담배사에 국가가 놀아나는 꼴
현재 개별소비세법 등 아이코스형 전자담배와 관련된 법안을 제출한 의원은 김광림(자유한국당), 박인숙(바른정당), 박남춘(더불어민주당)의 3명이다. 이들 의원은 개별소비세법에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로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측면에서는 조금씩 다르다. 박남춘은 1g당 51원, 김광림, 박인숙은 일반담배처럼 1갑당 594원으로 일반담배처럼 아이코스 세금을 같게하자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코스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는데, 국회에서 논의만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입법공백을 틈타 아이코스를 제조하는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회사의 이윤만 높여주는 일을 한국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아이코스의 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점유율이 높아져 세수공백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아이코스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반대로 일반담배 판매량이 줄어 세금 감소로 국가경제만 펑크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아이코스형 전자담배 개정안을 통과시켜 조세 공백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점유율이 상당 수치로 높아진 이후 개정안이 발효돼도 필립모리스 등 전자담배 회사들이 가격을 높여버리면 담배 조세저항에 부딪혀 외국계 회사의 손 에 국가정책이 놀아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