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금융감독원장과 수출입은행장이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노조 반대로 취임식도 못하고 있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 이전 정부에서 성과연봉제 추진 경력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새 기관장이 선임될 때마다 출근 저지 등 투쟁을 벌여,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취임식을 가지려던 은성수 행장은 노조 반발로 이틀째 취임식을 못하고 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노조 반발에 부딪혀 취임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
수은 노조는 전날과 이날 이틀에 걸쳐 은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노조측은 은 행장이 한국투자공사(KIC)사장으로 있으면서 전 정부의 정책이었던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은 직전 최종구 전 행장(현 금융위원장)때만 빼고, 새 행장 취임 때마다 출근 저지 투쟁을 해왔다. 이 때문에 새 은행장의 취임식이 1~2일 늦춰지는 것이 관례처럼 됐다. 이번에도 역시 노조와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취임식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은 관계자는 "최종구 전 행장 때만 빼고 늘 새로운 행장이 오면 출근 저지 투쟁이 있었다"면서 "사실상 의례처럼 노조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취임식을 한 최흥식 금감원장도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최 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있자마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최 원장이 오게 되면 금융위를 견제해야 하는 금감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 하나은행이 최순실과 정유라 지원을 위한 불법대출을 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이 금감원장을 맡는 게 적폐청산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의 취임식 직전에도 "정부는 금융위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 출신인 최 원장을 임명했다지만, 역설적으로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당할 위험도 있다"면서 "최 원장은 금융감독정책 집행기구로서 금감원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 노조가 관행적으로 새 수장의 취임을 반대한다고 비판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은행장 취임 때만 되면 그 사람의 능력과 관계없이 낙하산 논란이 일며 반대하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면서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노동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을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한 곳도 있다. 노조의 반발 없이 무혈입성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1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착수했다.<사진=산업은행> |
이 회장은 지난주 금융위의 임명제청이 있은 뒤 산은 노조에 연락해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은 이 회장을 사전에 만나 검증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비적격 후보가 자리에 앉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라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알지만, 나는 금융 전문가로서 적격 후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 대신 취임식 당일인 11일 내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산은 직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였다. 산은 노조는 이날 오전 토론회를 열고 화상 연결을 통해 전국의 산업은행 직원들이 보는 가운데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이 회장에 대한 자격검증절차와 향후 기관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새 수장이 오면 출근저지 투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조의 동의 없이 새로운 인사가 오는 것을 막는 의미였다"면서 "하지만 전 회장(전 이동걸 회장)때부터 토론회를 여는 방식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