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면서 런던 중심부의 주택 가격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꺾였다.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유럽 비즈니스 거점을 런던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부동산 시장의 타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런던 주택시장 <사진=블룸버그> |
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이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런던을 떠난 인력들이 몰려들면서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동시에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두 개 도시의 최근 주택 시장 추이는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파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14일(현지시각) 영국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RICS에 따르면 8월 영국 전체 주택 가격 지수가 6을 기록해 전월 1에서 완만하게 상승했다.
반면 런던의 주택 가격 지수는 마이너스 56을 기록했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8월 집값 하락을 목격한 이들이 상승을 확인한 이들보다 56%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 20년간 네 배 급등한 런던의 주택 가격이 지난달 뚜렷한 약세를 나타낸 것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RICS의 사이먼 루빈슨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지표는 브렉시트가 런던 부동산의 가격과 거래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 남동부 지역의 주택 시장이 일제히 모멘텀을 상실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RICS의 조사에 따르면 런던의 세입자 가운데 61%에 이르는 이들이 주택 소유주의 런던 전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택 시장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브렉시트 이주민들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이면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두 자리 수의 주택 가격 상승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브렉시트로 인해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하는 신규 거주자를 5000명으로 예상했던 도이체방크는 최근 수치를 8000명으로 높여 잡았다. 전망치는 앞으로 상승 추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브렉시트 여파로 프랑크푸르트의 주택 가격이 12% 가량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3만건 가량 아파트 공급 부족 상태인 주택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조사 업체 헬라바에 따르면 2016년 프랑크푸르트의 인구는 약 1만6000명 증가한 데 반해 신규 주택 공급은 4000건에 불과했다.
헬라바의 스테판 미트로풀로스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독일 안팎에서 이주자들이 몰려들면서 프랑크푸르트의 건설 경기가 활기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 직장인들과 그 밖에 저소득층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마저 연출되고 있다.
한편 영국은 2019년3월 EU 탈퇴를 목표로 유럽 주요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탈퇴 이후 영국의 입지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스탠다드 차타드 등 주요 금융업체들은 런던의 인력을 축소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로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을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