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제재로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결의했지만 실상 북한의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이 석탄을 이용해 원유 공급 없이도 충분한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12일 오전(한국시간)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김정은 정권이 과거 나치 독일과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 차별 정책) 시대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석탄을 액화하는 방법을 동원해 서방의 제재로 인한 타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은 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상당 규모의 석탄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원유 공급 축소에도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창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15일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에 원유 공급을 두 시간 이내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정은 정권에 커다란 위협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런던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피에르 노엘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중국의 원유 공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원유 공급을 중단할 때 북한이 고통을 호소하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은 실상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IISS에 따르면 북한이 2015년 수입 물량에 해당하는 원유를 확보하는 데 석탄 600만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북한이 중국에 출하한 석탄은 2500만톤에 달했다. 지난해 수출 물량은 유엔의 제재로 인해 750만톤으로 줄어들었다. 원유 공급이 막히더라도 북한이 충분한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부에서는 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석탄을 액화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김정은 정권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줒아이다.
지난 2012년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석탄과 천연가스, 곡물 등을 이용해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 연료를 생산하는 데 1배럴 당 95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메사추세츠대학의 폴 무스그라브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는 상당한 비용이지만 원유 없이 버티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는 하루 1만배럴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소비량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영국 석유업체 BP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북한이 보유한 석탄은 6억톤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엘 연구원은 “엑손 모빌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틸러슨 장관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원유 공급 중단이 북한을 변화시킬 것으로 믿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