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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백현지 기자] 정부가 부동산 과열지역만을 골라 집값 급등을 잡겠다는 이른바 '핀셋 규제'를 내세웠지만, 규제 범위는 과거와 변함없이 자치구 단위로 지정되고 있다.
또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집 값을 올리는 일부 아파트는 물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는 다세대·다가구주택도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핀셋규제 대신 '규제 융단폭격'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자치구 단위의 '넓은 규제'는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 저소득층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지정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도 자치구 단위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토부의 부동산 규제 지역은 모두 시·구 단위로 지정됐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투기과열지구보다 더 강한 규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단위로 지정한다면 의도치않은 재산권 제한이란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 정부는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한 지난 6.19 대책에서부터 과열지역만 찍어 투기를 억누른다는 '핀셋 규제'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규제 융단폭격'방식으로 규제를 진행한다면 결국 집값 상승과 관계없는 지역 거주자의 재산권 행사만 어렵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집값 상승 진앙지로 꼽히는 강남구의 경우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4056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강남구에서도 동별로 2배 이상 집값 차이가 난다는 것. 개포동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6022만원이지만 논현동은 2864만원에 머물러있다. 개포동 아파트값이 논현동보다 약 2.11배 비싼 셈이다.
강남 4구 중 하나인 송파구도 동별 아파트 매매가 차이가 크다. 송파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742만원이다. 이중 잠실동은 3.3㎡당 3802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마천동 3.3㎡당 매매가는 1538만원, 거여동은 1680만원으로 약 2.5배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같은 구 안에서도 집값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지역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강남4구를 비롯한 11개구는 투기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미 대출한도 제한을 시작으로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 제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규제가 도입됐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까지 전방위로 적용될 경우 해당지역 내 실수요자들의 매매거래까지 제한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이 때문에 구 대신 동 단위 규제가 검토된 바 있다. 실제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당정청은 동이나 읍·면단위로 부동산규제를 적용 또는 해제키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규제가 동 단위로 시행된 적은 없다. 행정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동 단위 규제를 도입하려면 서울시만 해도 424개 행정동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또한 같은 동 안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산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이야기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동 단위 규제는 행정력 문제에 따라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핀셋 규제'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부와 똑같이 구 단위 규제를 이어가는 것은 행정 편의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치구단위 규제는 같은 구 안에서도 동별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방위 재산권침해라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같은 구안에서도 일부 가격차이가 있는 건 알고있지만 주택가격 통계가 동 단위로 나오는게 아니다"라며 "청담동은 규제하는데 논현동은 안할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시나 구단위로 규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