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의 캐리 트레이드에 기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했던 트레이더들이 유로화로 갈아타기 시작한 것.
유로화 올들어 두 자리수의 상승 기염을 토하면서 유로 캐리가 손실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면서 자금 조달에 변화가 두드러진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유로 캐리가 달러 캐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점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21개 신흥국 통화에 대한 달러 캐리 가운데 20개 전략이 수익률을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달리 유로 캐리의 경우 21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16개 통화에서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유로존 경제 지표 개선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유로화가 강하게 뛴 결과다.
하지만 BNP 파리바와 아문디, 피델리티 등 주요 운용사들이 유로 캐리의 비중을 적극 확대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들어 달러화에 대해 14% 가량 오른 유로화가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ECB의 매파 행보와 유럽의 정치 리스크 해소가 이미 유로화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얘기다.
이와 동시에 소위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달러화 약세 흐름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BNP 파리바의 길러모 펠리스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는 유로화를 조달 통화로 한 캐리 트레이드가 적절해 보인다”며 “앞으로 12개월 사이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내년 유로 캐리의 수익률이 2.9%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신흥국 자산을 매입할 때 약 3%에 가까운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달러 캐리의 수익률 전망치인 2.4%를 웃도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12월까지 달러화에 대해 1%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달러 1.20달러가 유로화의 적정 가치를 반영하는 환율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이머징마켓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 월가는 낙관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것.
모간 스탠리의 세일 탠던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이머징마켓 통화가 저평가됐다”며 “성장률이 강하고 금리 스프레드 역시 크게 벌어져 있어 추가 상승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시아보다 그 밖에 신흥국의 통화가 유망하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실질실효환율을 근거로 볼 때 아시아 통화는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반면 브라질 헤알화와 폴란드 졸티화, 멕시코 페소화 등이 추가 상승 여력을 지닌 것으로 투자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